인문교양작가 하광용이 소개하는 TAKE OUT 유럽예술문화
TAKE OUT 유럽예술문화 하광용/ 파람북
교양의 고향 유럽은 아름답다거나 로맨틱하다고 표현되는 취향의 본고장으로 꼽히기도 한다. 유럽적인 것에 대한 동경은 우리 추억의 일부이기까지 하다. 'TAKE OUT 유럽예술문화'(파람북 펴냄)는 유럽의 예술과 문화 그리고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27가지의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유럽의 음악과 예술, 남과 여, 그에 얽힌 반전 스토리 등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삶과도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그중 유독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은 바로 정점이라 칭해지는 최고 수준의 정수들이다.
최상급은 사람을 주목하게 한다.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것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경제학적 관점에서 봐도 희소성은 최고의 가치다. 그래서인지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란 슬로건을 내세운 광고는 집행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세기 말 세계일류를 지향한 삼성이 달에 첫발을 내디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을 모델로 등장시킨 광고였다. 인류 최초의 달 탐사 여행에 동반했음에도, 달 표면에 첫 발을 안딛었기에 다른 2명의 우주비행사들은 사람들에게 주목도 못받고 기억도 잘 안된다는 점을 전달했다.
사람들은 1등만 기억한다. 최상급만이 유일한 것이 아님에도 사람들은 그러하다. 실은 2등도 유일하고 3등도 유일하며, 꼴찌조차도 유일한데 말이다.
현존 작가가 아닌 죽은 작가 중에서 역사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누구의 어떤 작품일까? 그것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르네상스의 대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살바토르 문디'라는 작품이다. 2017년 뉴욕 경매에서 4억5030만달러(약 5014억원)에 거래됐다. 살바토르 문디는 라틴어로 '세계의 구원자'란 뜻으로 예수를 가르킨다. 다빈치의 작품이기에 '남자 모나리자'라는 재미있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처음엔 다빈치의 제자 작품으로 알려져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땐 불과 45파운드(약 6만5000원)에 거래됐다. 이후 다빈치의 진품임이 밝혀지면서 오늘과 같이 신분이 수직 상승했다. 이 작품을 매입한 소유주는 사우디의 왕자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그림은 어디에 있는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최근 가장 핫한 작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명성은 이름값보다는 작품값으로 먼저 인식되기도 한다. 그가 현존하는 화가 중 가장 비싼 화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몸값이 아니라 그의 그림값이 그렇다는 것이고, 엄밀히는 그의 그림 중 하나가 전세계 생존작가 중 가장 비싼 값으로 거래됐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주목하고 열광하는 최상급과 1등의 힘이다.
그런데 진짜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어떤 작품일까?
고흐가 생전에 유일하게 판매한 '아를의 붉은 포도밭'은 1888년 친구 누나에게 400프랑에 판매된 후, 1906년 1만달러에 러시아 화상에게 팔렸다. 이후 혁명기 때 볼셰비키에 의해 압수돼 그때부터 모스크바 푸시킨 미술관에 들어가 100년 넘게 그곳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고흐의 이 그림이 시장에 나온다면 과연 얼마까지 가격이 치솟을까? 다작 화가 고흐의 유일한 판매작이고 스토리도 있는 작품이기에 프리미엄이 붙어 꽤나 비싸게 거래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코로나라 잠잠하지만 전세계 박물관 중 최대 관람객(2018년 1020만명)을 끌어모으는 루브르 박물관의 얼굴 마담 격인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시장에 경매로 나온다면 과연 이 그림은 얼마에 낙찰될까? 모르긴 해도 현재 기록을 가볍게 뛰어넘지 않을까.
하광용 인문교양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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