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무협소설을 보면 소위 '정파'와 '사파'진영간 대결이 이야기의 중심인 경우가 많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정파는 단일 집단이 아니라 소림사·무당파·개방·화산파 등 여러 세력의 연합체다. 그렇다보니 같은 정파 소속이라 하더라도 사안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다르거나 주도권 싸움을 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습이 법안 제·개정상 진행과정중 부처간 힘겨루기와 닮은 꼴이라는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설명에 앞서 먼저 '주무부처'의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 부처들은 사회 각 분야의 업무를 각각 나누어 책임지고 있다. 법률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게임산업진흥법의 주무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이고, 청소년보호법은 여성가족부가 주무부처다.
'유관부처'의 개념도 알 필요가 있다. 유관부처란 해당 업무나 법률과 관련하여 주 책임부처는 아니지만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부처를 말한다. 학교체육진흥법을 예로 들어보자. 이 법의 주무부처는 교육부다. 그러나 체육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기에, 이 법에 대해선 문화체육관광부가 유관부처인 것이다. 다른 형태도 있다. 한 법률 안에서도 조항의 내용에 따라 유관부처가 각각 다르기도 하다. 이를테면 어떤 법률중 청소년과 관련한 내용은 여성가족부, 경찰단속에 대한 내용은 경찰청이 유관부처인 식이다.
이처럼 주무부처와 유관부처는 서로 협력하고 보완하는 관계다. 그러나 늘 협력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물밑에서 치열하게 샅바싸움을 벌일 때가 있다.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 제ㆍ개정안을 심사할때가 대표적인 예다. 법안 심사시 정부측의 의견을 듣는 순서가 있는데, 주로 주무부처의 의견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개정안에 대해 주무부처는 찬성하지만 유관부처가 이견을 제시할 때가 종종 있다. 전투의 시작이다. 특히 심사중인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원이 있을 경우, 유관부처의 전력은 더 강해진다. 그 의원이 반대 의견을 낼 때 유관부처의 의견을 근거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아가 개정안이 규제 권한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거나 기존 규제 권한을 타부처에서 이관시키는 내용일 경우 부처간 주도권 싸움은 더욱 치열해진다.
개념을 이해했으니 실제 사례를 살펴볼 차례다. 현재 발의되어 있는 여러 게임 관련 개정안과 관련하여 어떤 부처가 어떤 의견을 제시했는지 살펴보자. 먼저 이상헌 의원실에서 대표 발의한 게임법 전부개정안에서 제71조 '게임과몰입 예방조치'에 대해서 여성가족부가 이견을 제시했다. 일단 여성가족부는 게임과몰입이 단순 과몰입을 넘어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겪는 병리적 단계로서 '게임중독'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청소년 또는 법정대리인이 요청하는 경우에만 게임이용내역을 제공하도록 한 개정안의 내용에 대해서도 게임이용내역은 청소년의 건전한 게임 이용을 위해 요청하지 않아도 제공되어야 한다고 이견을 표했다.
과거 소위 '게임 아이템 문양 사태' 가 발생했을때 발의되었던 게임법 개정안, 소위 '무단 롤백 방지법'에 대한 타기관의 의견도 있다. 일단 이 개정안은 게임머니ㆍ게임아이템 등 유료 게임콘텐츠를 대체, 결합 또는 교환하여 획득하는 게임콘텐츠에 대해 제공방법, 교환ㆍ반환 및 환급ㆍ보상에 관한 사항을 이용자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하고, 해당 게임콘텐츠의 제공이 중단되는 경우 환급ㆍ보상을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정안의 유료게임콘텐츠 관련 표시·광고 의무 등은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이미 규율되고 있는 사항으로서, 법 집행의 일관성 확보, 중복규제 방지 등의 측면에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별도의 의무 부과 및 과태료 규정을 둘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의견을 냈다. 다시 말해 공정거래위원회 본인들이 소관하고 있는 전자상거래법으로도 충분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굳이 별도의 게임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반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종의 주도권 싸움으로도 보인다.
이외에도 학교에서 연 2회 이상 게임 이용 교육을 의무화 하는 게임법 개정안에 대해서 학교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교육부가 이견을 내기도 했다.
다툼이 격화될 때도 있는데, 현장에서 보고 있으면 흥미로울 때가 많다. 무기만 없을 뿐, 무협소설의 전투장면과 다를 바 없다. 부처들이 명심했으면 하는 것이 있다. 무협소설에서 정파 소속 문파끼리도 비열한 암수를 쓰는 장면들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 끝은 하나같이 좋지 않았다.
부처간 경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어디까지나 부처의 권한을 넘지 않는 선에서 타당한 주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대의 흐름을 잃지 않고 억지를 부리다간 여론의 뭇매를 맞게될 것이다.
정리/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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