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 ‘아동 언어교육 지원’ 사업
13개 아동시설에 전문 교사 파견
언어교육·재활치료 등 지원 나서
독서·놀이 통해 언어·사회성 길러
아동 언어발달 놀이공간으로 조성된 '두나무방 1호'에서 아이들이 한글 모양 자석을 갖고 놀이를 하고 있다.
'조잘조잘 아이자람'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언어 교육 수업에서 전문 언어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놀이 수업을 하고 있다. 두나무 제공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어린이들이 언어 발달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이 됐다. 아이가 말을 배우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며 어감과 표정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마스크를 쓰면 이를 파악하기가 어렵고 말 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포스트코로나 영유아 발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팬데믹 시기에 영·유아기를 보낸 3명 중 1명은 연령에 맞는 발달에 어려움이 있어 관련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심한 돌봄이 어려운 취약계층 아동들은 언어 발달 지연이 더욱 심각해 아동 간 교육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두나무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굿네이버스 서인지역본부와 함께 보육원 아동들의 언어 교육과 치료를 지원하는 '조잘조잘 아이자람' 사업을 시작했다.
■3000번의 두드림, 나무가 되다
두나무와 굿네이버스는 서울 경기지역 13개 아동양육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121명의 아이들에게 전문 언어교사를 파견해 2964회의 언어교육을 진행했다. 특히 언어발달 지연 진단을 받았거나 의사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 30명에게는 1급 언어치료사를 파견해 총 496회의 개별 언어 치료를 지원하고, 언어교육 환경이 열악한 곳에는 공간 개선도 함께 진행했다.
'조잘조잘 아이자람' 사업은 언어발달 놀이공간인 '두나무방'을 만들고, 취약계층 아동에게 언어교육을 지원하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에게는 전문 언어 재활치료를 제공하는 3가지 사업으로 구성된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꿈나무마을 초록꿈터는 지난해 4월 '조잘조잘 아이자람' 사업에 선정됐다. 초록꿈터는 미혼모 아동이나 베이비박스를 통해 입소한 아동들을 보호하는 아동양육시설이다.
초록꿈터의 이인희 임상심리상담원은 "초록꿈터에서 지내는 23명의 초등학생들은 입학 전 코로나 팬데믹을 겪어 언어 발달은 물론 사회성을 습득할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라며 지원 동기를 밝혔다.
초록꿈터에 조성된 언어발달 놀이공간 '두나무방 1호'는 '아이들이 꿈꾸던 방'이라는 모토로 지어졌다. 설계 전부터 '우리가 꿈꾸는 두나무방'이라는 아동 참여 캠페인을 통해 아이들의 의견을 들었다. 아이들은 푹신한 바닥의 방, 알록달록한 방 등 자신이 원하는 방의 모습을 전했고, 여기에 전문가의 손길이 더해져 아이들에게 '선물'과 같은 방이 완성됐다.
이 곳에서 언어학습이나 언어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9명의 아이들에게 주 1회씩 총 6개월 간 언어교육을 진행했다. 특히 언어발달 지연 아동(4명)에게는 국가1급 언어치료사의 '전문 언어 재활치료'를 진행됐다.
이인희 상담원은 "분명 언어 치료인데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며 "'놀이' 같은 아동 중심의 언어치료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두나무방, 무지개 같아"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의 공간 '두나무방'은 아이들에게 남다른 공간으로 다가갔다. 한 아이는 '두나무'로 삼행시를 지으며 "두나무 방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나무 향기가 나고, 무지개 위에 앉아 있는 것 같아요"라고 표현하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긍정적인 자극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두나무 북클럽'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두나무방에서 책을 읽고 낭독도 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하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덕분에 언어뿐만 아니라 사회성 측면에서도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인희 상담원은 "발음이 부정확하고 의사표현이 미숙했던 아이가 언어치료 후 발음이 명확해지고, 표현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오히려 또래 아이들보다 어휘력도 다양하게 구사하고, 감정 표현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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