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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호위함 5,6번함 수주 놓친 HD현대重, 이의 제기

방사청 디브리핑 이후 이의 제기 신청
한화오션과 점수차, 명확한 답 못얻어
"인력, 실적 등 객관적 점수차 너무 작아"
"이의 신청해 명확하게 재확인하겠다"
방사청 7일이내 평가검증위 여부 결정
한화오션은 “기술능력 우위” 반박
“기본설계 기술점수는 우리가 앞서”

[단독] 호위함 5,6번함 수주 놓친 HD현대重, 이의 제기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울산급 배치3(Batch-Ⅲ) 호위함 5,6번함 건조 사업에 대해 26일 방위사업청에 이의를 신청했다. 사진은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MADEX 2023(국제해양방위산업전)'의 HD현대중공업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모형을 살펴보는 모습. HD현대중공업 제공

[파이낸셜뉴스] 8000억원대 '미니이지스급' 호위함 5,6번함 수주를 놓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기싸움이 심화되고 있다.

26일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울산급 배치3(Batch-Ⅲ) 호위함 5,6번함 건조 사업에 대해 방위사업청에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이의 신청에 따라 방사청은 7일 이내 평가검증위원회 구성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이의 신청 서류를 접수했다"며 "규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으로부터 사업 제안서 평가 점수와 사유 등에 대한 설명을 듣는 디브리핑을 진행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디브리핑에서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면서 "이의 신청으로 기술·설비 등 중요 항목의 객관적 점수가 어떻게 책정됐으며, 근소한 차이가 왜 나게 됐는지 등에 대해 정확하게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한화오션은 박빙의 점수차로 HD현대중공업을 제치고 5,6번함 건조 사업을 수주했다. 한화오션(최종점수 91.8855점)과 HD현대중공업(91.7433점)의 종합점수 차이는 0.1422점이었다. 기술점수(100점 만점)에선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에 0.9735점 앞섰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의 '보안사고 감점(1.8점)'이 최종 점수에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이번 입찰은 개정된 방위사업관리 규정에 따라 최저가 중심의 적격심사가 아닌, 기술력 중심의 제안서 종합평가가 적용됐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연구·설계인력, 수출 실적 등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역량에선 한화오션과 차이가 컸다"며 "그럼에도 객관적 평가항목에서 예상보다 점수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한번더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단독] 호위함 5,6번함 수주 놓친 HD현대重, 이의 제기
한화오션은 박빙의 점수차로 HD현대중공업을 제치고 8000억원대 규모의 배치3 호위함 5,6번함 건조 사업을 수주했다. 사진은 'MADEX 2023'의 한화오션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차기 구축함 모형을 살펴보는 모습. 뉴시스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 5,6번함 수주 실패는 상당한 충격이다. 배치3 기본설계 및 선도함(1번함)을 건조하고도 후속함(5척)을 하나도 건조하지 못한 전례없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는 점에서다.

특히 보안사고 감점(1.8점)이 기술력 중심의 평가로 진행된 입찰 판세를 한번에 뒤집었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 컸다. 소수점 이하 박빙으로 점수가 갈리는 군함 입찰에서 '1.8점의 벽'이 예상보다 매우 높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2020년 차세대 구축함(KDDX) 설계도면 은닉 유죄 판결로 2025년 말까지 모든 군함 입찰에서 보안사고 페널티(1.8점 감점)을 받고 있다. 향후 2년내 차기 호위함 및 KDDX 등 입찰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고심은 더 커졌다. 앞으로의 군함 수주 전략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보안사고 변수를 뛰어넘을 특단의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HD현대중공업이 보안감점이 처음 적용된 이번 5,6번함 수주에서 결과를 뒤집지는 못하더라도, 패배한 이유와 근거를 명확히 따져봐야겠다며 이의를 제기한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화오션 측은 HD현대중공업의 이의 신청에 대해 "예상은 했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건조 스케줄에 맞춰 주요부품 설비를 발주하는 등 5,6번함 수주 최종 계약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문제 삼은 기술력 격차 부분에선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지난 2012년부터 현대중공업과 맞붙은 네 번의 군함 기본 개념 설계사업 중 기술능력 분야에서 세 번을 압도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2016년 ‘배치3 기본설계’ 사업에서 0.4618점, 올해 4월 ‘합동화력함 개념설계’ 사업에서 0.692점 등 기술점수에선 현대중공업을 앞섰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개념설계-기본설계-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의 단계를 거치는 군함 발주 시스템의 경우 후속함 건조는 통상 선도함 건조업체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 점수를 받아왔다”며 “하지만 동일 조건에서 평가가 이뤄지는 신기술, 신개념을 적용하는 신형 군함 분야는 한화오션의 기술력이 더 높게 평가 받아온 것이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