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 회의가 예정된 27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우유 등 유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24일까지 10차례 협상을 진행했으나 생산자와 수요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으며, 올해는 원유 ℓ당 69원부터 최대 104원 내에서 원유가격 인상폭이 결정된다. 2023.07.27. myjs@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원유(原乳)값이 10월1일부터 ℓ당 88원 오르는 것으로 27일 결정됐다.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지난달 9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연속 10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결렬을 거듭한 끝에 11번째 테이블에서 이같은 내용으로 극적 합의했다. 하지만 테이블에 앉았던 낙농가와 유가공업계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지 못했다.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이날 열린 11차 협상 결과 원유 ℓ당 가격을 88원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원유 1ℓ당 가격은 최초로 1000원대를 돌파했다. 올해부터 도입된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따라 낙농가의 생산비가 ℓ당 115.76원 상승한 상황에서도 상승분의 60~90%인 69~104원 내에서 인상폭을 협상한 결과다. 차등가격제 도입 이전 생산비 연동에 따르면 이번 인상폭의 상단이었던 104원이 최하단이 되는 104~127원 사이에서 협상이 진행됐어야 했다.
■낙농가 "사룟값 오른만큼 보전도 안 돼"
우리나라 원유 생산비의 주 요인으로 꼽히는 사료 가격 상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여건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사료 자급률이 낮은 국내 원유 생산비와 단가 상승 자체는 불가피한 일이 됐다. 이에 당초 낙농가는 협상 초반부터 최상단인 104원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번 88원이라는 인상안을 받아들이면서 앞으로가 더욱 걱정된다는 반응이다.
김계훈 한국낙농육우협회 충청남도 지회장은 "생산비로만 보면 사실 120원 인상을 두고 협상을 해야 하는데 69~104원 범위의 협상은 사실상 농가보고 손해를 보라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곡물사료에 더해 지난해 작황 부진까지 겹치며 조사료 가격도 동반 상승하며 지난해 생산비는 2021년 대비 13.7% 급등했다. 사료가격은 생산비의 59.5%를 차지할 정도로 원유 가격에 주도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김 지회장은 "배합사료와 조사료 둘 중 하나만 올라도 다른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완하지 못한다"라며 "사료가격을 이유로 원유 가격을 낮출 때는 과감하게 하면서 104원 수준의 인상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유업계 "종잇장 같은 영업마진인데 적자 감수하라는 셈"
이번 협상에서 69원 인상을 고수했던 유업체들도 불만인 것은 마찬가지다.
우유 원유 가격이 오를 경우 흰우유를 비롯해 원유가 들어가는 유제품에 대한 인상 요인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정부의 강경한 '가격 인상 자제령'에 인상폭만큼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흰우유(음용유)와 가공유 가격이 구분되는 용도별 차등제 적용으로 이전 대비 가공유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됐지만 전체 원유 가운데 가공유 비중은 5%에 그친다. 사실상 흰우유 비중이 95%로 대부분이어서 가공유 가격을 낮게 책정하더라도 전체 유가공 제품 가격 인상을 억누르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국내 주요 제품 중 흔히 가공유로 인식되는 초코우유, 딸기우유, 바나나우유, 그리고 커피 등에도 가공유가 아닌 흰우유가 사용되는 비중이 꽤 높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우유 원유 가격이 인상됐지만 소비자가를 올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비단 지난해에도 푸르밀이 적자 누적으로 사업 종료를 선언할 만큼 유업계의 영업 이익은 종이팩 두께만큼도 안된다. 이 와중에 소비자 가격을 동결시키면 업계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셈인데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28일 유업체 10곳을 소집해 비공개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업체들에게 원유 가격이 오르더라도 흰우유 등 제품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지 않도록 당부할 방침이다.
김정욱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소비자 가격은 원유 가격에 마트 등 업계에서 유통마진을 더해 정해지는 방식"이라며 "음용유 수요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유통업계 등에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 등을 요청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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