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고용량 D램 매출 증가
시스템LSI·파운드리 부진 채워
반도체 시설·R&D투자 역대 최대
생산능력 늘려 하반기 수주 대비
삼성전자가 하반기 반도체 업황 반등을 공식화한 가운데 인공지능(AI) 서버용 첨단 D램의 수요 증가와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의 감산 효과가 실적 개선의 두 축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투자 확대와 시장 성장세에 발맞춰 AI향 D램 신제품의 연내 양산에 나선다. 비상경영 속에서도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시설투자·연구개발(R&D) 투자도 단행해 기술 초격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 HBM·DDR5 신제품 연내 출격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고성능·고용량 제품 중심으로 메모리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추진 중이다.
생성형 AI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AI 서버에 탑재되는 고성능·고용량 D램이 반도체 불황을 돌파할 핵심 사업으로 떠오르면서다. 삼성전자가 당초 예상한 수치보다 분기 D램 출하량이 늘어난 건 AI향 매출 증가가 결정적이다. 삼성전자 전체 메모리 제품 가운데 DDR5, HBM3, LPDDR5X 등 AI향 D램의 매출만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내 HBM·DDR5 신제품 출시로 시장 영향력을 대폭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연내 HBM3 양산에 나선다. HBM3 16GB와 12단 24GB 제품 샘플을 주요 클라우드 업체 등에 제공했다. 성능·용량을 향상한 HBM 5세대 제품인 HBM3P은 24GB 기반으로 하반기 출시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일반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제품이다.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동을 위해 필수 탑재된다. 고성능컴퓨팅(HPC) 수요에 대응해 고용량 모듈인 32기가비트(Gb) DDR5도 연내 출시한다.
삼성전자는 성장세가 가파른 HBM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외부기관 전망을 인용해 향후 5년간 HBM 수요가 연평균 30% 중후반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자사 HBM 기술 수준과 생산능력을 업계 최고로 평가했다. HBM3 양산을 먼저 시작한 SK하이닉스보다 경쟁 우위를 갖췄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올해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인 10억기가비트(Gb) 이상의 HBM 고객 수요를 확보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2·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BM 시장 선두업체로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업계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하반기 추가 수주에 대비해 생산성 확대를 위한 공급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감산 효과도 실적 반등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수익성이 저조한 구형 공정을 중심으로 낸드 감산 규모를 확대한다. 삼성전자가 낸드 감산을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위기에도 역대 최고 수준 투자 단행
삼성전자는 위기에도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역대급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 2·4분기 삼성전자의 전체 시설투자 규모는 14조 5000억원이다. 2·4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반도체 사업에만 13조 5000억원이 투입됐다. 디스플레이 투자 규모는 6000억원이다. R&D도 7조 2000억원으로, 지난 1·4분기 세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1분기 만에 갈아치웠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3조 8300억원의 흑자를 내며 실적을 떠받쳤다.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3600억원) 대비 105% 증가했다. 매출은 14조 3900억원을 기록했다. VD 사업부는 글로벌 TV 수요 감소에도 △네오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초대형 등 고부가 제품 판매가 늘어났다. 생활가전도 계절적 성수기를 맞아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에 나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 6조 4800억원, 영업이익 8400억원을 나타냈다. 지난 1·4분기 실적 하방을 방어한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부는 매출 25조 5500만원, 영업이익은 3조 4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 1·4분기(3조 9400억원)보다 9000억원 감소하며 뒷걸음질쳤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