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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문화체육관광부는 31일 프리랜서, 비정규직 중심으로 구성된 방송 스태프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1차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했다.
이날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화려한 K-컬처 이면의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방송계 약자인 스태프들의 예술적 투혼과 헌신, 특히 꿈과 열정을 가지고 창작의 세계에 뛰어드는 MZ세대 스태프들의 노력에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전체 직원의 과반수가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공영방송 KBS와 MBC의 리더십이 이를 개선하는데 적극 나서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방송 스태프들이 촬영을 위한 이동과 대기에 소요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불합리를 개선한다. 또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방송 프로그램 결방으로 입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상파 방송 3사에 대한 현장점검과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개정 작업에 나선다.
문체부, 스태프 권리 보호 가이드라인 마련
문체부는 올해 상반기에 연출(PD)·작가·조명·음향·분장 등 방송 스태프들과 8차례 간담회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노동환경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참석자들은 촬영에 따른 이동, 대기, 준비 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주 52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고 휴식시간도 없다며 열악한 제작 환경을 개선해 줄 것을 호소했다.
유사한 영상 제작 업종인 영화업계의 경우 미개봉작 증가, 관객 감소 등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표준근로계약서에 1주 52시간 근로시간 준수 및 원거리 야외 현지촬영으로 인한 이동시간의 근로시간 포함을 명확히 규정했다. 촬영을 위한 준비, 정리, 대기시간 등도 근로시간으로 산정해 노동환경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민영 방송사인 SBS는 지난 4월 '스튜디오S 드라마 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수도권 지역의 경우 현장 집합부터 현장 종료시간까지를 촬영 시간으로 규정하고 그외의 지역은 여의도 출발시간부터 여의도 도착시간까지로 규정하는 등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자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문체부는 영화업계나 SBS의 사례 등을 참고해 지방 촬영 시 이동시간, 촬영에 따른 대기, 정리 시간 등을 근로시간에 포함하고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등 스태프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10월까지 마련하고 방송사 등에 권고할 예정이다.
결방으로 인한 임금 미지급 등 관행 여전
오는 9월에 개막하는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방송 스태프들은 방송 결방으로 인한 임금 미지급 사례가 다시 현실로 닥쳐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문체부는 7월부터 ‘방송 프로그램 결방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스포츠 대회 중계 및 재난 방송 등 결방 원인과 유형, 구체적인 피해 규모 산출, 대안 모색 등을 체계적으로 검토해 방송사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8월부터는 지난 3월 WBC 한국전 중계로 결방된 KBS, MBC, SBS 방송 3사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예술인 복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 방송 스태프, 출연진에 대한 서면계약서 작성 여부, 계약서 명시 의무사항 준수 확인을 통해 불공정 계약 관행을 조사하고 위반사항 발견 시 과태료 부과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계획이다.
아울러 방송 스태프가 노력해서 제작된 프로그램이 방송사 사정으로 방영되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를 개선한다. 주요 방안은 △납품일 기준 제작비 지급 △납품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비 전액 지급 △결방 시 사전 고지 의무 등이다. 이를 위해 8월 중 개정안을 마련해 하반기에 관계 단체 등의 의견 청취를 거쳐 연내 표준계약서 개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방송 출연 표준계약서도 하반기 중 개정
문체부는 가수나 배우 등이 공정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대중문화예술인 방송 출연 표준계약서를 하반기 중에 개정할 계획이다. 개정 과정에서는 방송 출연 표준계약서의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조문을 쉽고 명확하게 수정한다. 또한 촬영일과 방영일 사이의 간극으로 인한 출연료 지급 지연 등 방송 출연 관련 불합리한 상황을 방지하는 내용을 표준계약서에 담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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