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170억 건물 150억에 내놔
자녀 상속땐 상속세 등 자금 필요
현금 나눠주려 매각으로 눈돌려
서울의 한 꼬마빌딩. 사진=뉴스1
#. 교대역 인근 지상 4층 건물을 소유한 84세 김모씨는 최근 전문업체에 매각을 의뢰했다. 공실은 없는 상태로 현재 시세는 170억원인데 155억원에 팔겠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상속 대신 매각에 나서는 고령 건물주들이 늘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김모씨의 사례처럼 70~80대 고령층에서 빌딩을 팔려고 내놓은 사례가 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빌딩 매매 전문회사인 이진석 지나인에셋 대표는 "인생 황혼기에 건물을 팔려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는 1930~1950년대 출생한 사람 가운데 꼬마빌딩을 팔려고 내놓은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10년 전 같은 연령층의 건물주들과 비교해 보면 20~30% 정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서울 광화문에 100억 짜리 건물을 보유한 83세 소유주도 이와 같은 경우다. 지나인에셋에 따르면 그는 45년 전에 이 건물을 매입했다. 자녀들에게 상속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렇다면 이들 고령 건물주들이 빌딩을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고 매각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우선 금리와 세금 영향이 크다고 설명한다. 매입 당시보다 건물 가격이 올라서 자식들이 상속이나 증여세를 내려면 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빌딩 월세로는 대출 이자를 갚기가 쉽지 않다.
150억원 건물을 자녀 3명에게 1인당 50억씩 상속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자녀 1명당 15억원 정도의 세금과 공과금 등을 현금으로 내야 한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을 경우 5%만 잡아도 연 이자만 7500만원이다.
코로나를 거치며 고령 건물주들의 생각도 달라진 것도 한 원인이다. 이 대표는 "광화문 빌딩 매각에 나선 83세 건물주의 경우 코로나에 감염돼 위험한 고비를 넘기면서 생각이 바뀐 사례"라며 "코로나 감염이 매각의 계기가 된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을 상속하는 대신 빌딩을 팔아 본인이 쓸 만큼 쓰고 나머지를 자녀들에게 현금으로 나눠 주려는 것이 예전과 많이 다른 점이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들어 소형 빌딩 매매가 다소 활기를 띠고 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에서 거래된 상업·업무용 빌딩은 모두 147건으로 전달보다 24.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소형빌딩(연면적 1000평 미만) 거래량이 총 145건으로, 전체 거래의 약 98.6%를 차지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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