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이 되려면 일본을 파헤쳐 보면 몇 가지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정치의 안정이다. 정치학 교과서에 새로운 정당 시스템이 나왔는데 고유의 정치학 용어로 자리잡은 '일점반 정당'이란 말이다. 민주국가 일본의 집권당인 자민당처럼 70년 가까이 일당지배하는 나라가 세계에서 어디 있겠는가? 그것도 민주주의 국가인데. 일점반 정당은 여타의 소수정당 국회의원을 다 합해도 자민당의 절반도 안 되어서 일점반의 정당 구조라는 말이다. 만약에 자민당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경제가 엉망이고 국민을 가난으로 내몰았다면 정당시스템도 바뀌었을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부자 일본을 만들어 내었고 급성장 시기에는 매년 기록을 경신하며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적도 있었다. 정치가 안정되니까 경제정책도 순조로웠는데 한국의 정치를 보면 강대국 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가 안정되고 오로지 국익만 바라보는 고급 정치를 해야 강대국이 될 수 있는데 한국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분열과 대립의 정치를 하고 있으니 국가경제의 덩치가 커지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두번째는 기초과학을 키우며 30명에 가까운 노벨상을 배출한 엘리트 교육시스템이다. 나라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어린애 때부터 공부만 파고드는 사람, 운동만 하는 사람, 물건을 잘 만드는 사람 등 제각각인데 강대국의 공통점은 머리 좋은 인재를 키우는 교육시스템이 있다. 일본의 교토대학, 도쿄대학, 와세다대학, 게이오대학 등 수도 없이 시험을 쳐 가며 엘리트 교육시스템이 만들어지고 그들은 국가에 발전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화시켜 나라의 힘을 키운다. 일본의 군대를 자위대라 해서 약체의 군대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부자 일본이 되다 보니 한국보다 훨씬 강력한 최첨단 무기체계로 무장하고 있다. 미국을 보자. 하버드대학, 예일대학, 프린스턴대학, 존스홉킨스대학, MIT 등 세계를 리드하는 엘리트 교육시스템이 있다. 능력 있는 사람은 누구나 입학하여 자신의 길을 간다. 한국에서 때로는 입시경쟁이 치열해서 교육평준화라는 말이 들리곤 하는데 교육을 평준화하면 엘리트들이 배출되지 않고 한국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정치능력, 경제능력, 기술인력들이 배출되기 어렵다. 한국이 이만큼 경제성장을 한 것도 따지고 보면 드높은 교육수준이 있었기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내었다.
세번째는 미·일 동맹이다.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를 여러 곳 방문한 적이 있다. 미 7함대가 기항하는 요코스카에 있는 장교들의 집, 미 육군사령부가 있는 자마 기지도 가 보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도쿄 도심에서 삼십분 떨어져 있는 자마 기지의 육군중령의 집이었다.
드넓은 거실에 앞마당에는 잔디가 깔려 있고 기지 내 장교들 집 앞마당의 잔디를 얼마나 잘 꾸몄는가에 대한 콘테스트가 있을 예정이란 알림표도 보았다. 기지 문을 나서면 성냥갑 같은 좁고 낡은 아파트들이 즐비한데 일본인들은 강대국 미국을 꼭 붙들어야 같은 수준의 강대국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어려움을 꾹 참고 산다. 한국도 강대국이 되어야만 과거의 어두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번영된 국가를 지킬 수 있고 우리의 후손은 강대국 국민으로 살게 될 것이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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