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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삼성전자, '반도체 설계 대가'와 손잡았다

현대차·삼성전자, '반도체 설계 대가'와 손잡았다
현대자동차그룹 김흥수 글로벌 전략 오피스(GSO) 담당 부사장이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라라에서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의 짐 켈러 최고경영자(CEO)와 투자계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 분야의 대가'로 불리는 짐 켈러가 이끄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의 전략적 투자자로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자체 설계 역량 확보를 통해 엔비디아·퀄컴 등이 주도하는 자율주행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주도권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도 '2030 시스템 반도체 1위' 비전에 따라 AI 반도체 분야의 설계(팹리스)능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두고 있는 팹리스 스타트업인 텐스토렌트에 5000만 달러(약 642억원)을 투자했다. 현대차가 3000만 달러(약 385억원), 기아는 2000만 달러(약 257억원)을 각각 분담했다. 이는 텐스토렌스가 최근 모집한 투자금 총 1억 달러 가운데 50%다. 나머지 50%는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산하 벤처투자펀드인 삼성카탈리스트펀드(SCF) 주도로 피델리티, 이클립스, 매버릭 등의 글로벌 벤처캐피탈사가 참여했다. 이번 투자를 통한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의 지분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텐스토렌트의 기업가치가 대략 10억 달러 수준임을 감안할 때 현대차그룹의 지분은 5% 안쪽일 것으로 추정된다.

텐스토렌트의 최고경영자(CEO)인 짐 켈러는 AMD·애플·테슬라 출신으로 지난 2021년 초 인텔 수석부사장을 끝으로 텐스토렌트에 합류해 올해부터 CEO를 맡고 있다. 애플에선 아이폰의 A칩을 개발했으며, AMD에선 PC용 중앙처리장치(CPU) 라이젠 등 고성능 반도체 설계를 주도했다. 테슬라에선 자율주행 반도체 설계 작업을 이끌었다.

이번 투자를 통해 현대차그룹과 텐스토렌트는 차량용 반도체를 공동 개발한다.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를 열려면 사람의 뇌처럼 인지·판단을 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반 AI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특히, 짐 켈러가 2016~2018년 테슬라에서 자율주행 반도체 설계 업무를 맡았던 건 주목할 부분이다. 국민대 정구민 교수는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계 자율주행차 플랫폼 확보 방식은 크게 두 흐름으로 나뉜다"면서 "테슬라·GM 등과 같이 자체적으로 설계하거나 엔비디아나 퀄컴의 시스템에 종속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2015년부터 엔비디아와 차량용 반도체 및 커넥티드카 시스템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하고 있으나,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자체적인 반도체 설계 역량 확보에 눈을 돌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올들어 반도체개발실과 반도체구매팀을 신설했으며, 삼성전자 및 국내 스타트업들과 차량용 반도체 개발 협력에 나섰다. 현대차그룹 측은 "반도체 설계 분야 직접 진출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선을 긋고 있다.
다만, 테슬라처럼 미래차의 핵심인 반도체 설계 역량을 내재화하는 부분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팹리스 역량 강화를 위해 이번 투자에 앞서 최근 텐스토렌트·크로크와 반도체 칩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양사간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