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치자금추적 단체 오픈시크릿
"삼성 42억원·SK하이닉스 29억원"
칩스법 경영 불확실성 해소 쓰인듯
IRA관련 배터리·車도 역대급 지출
삼성그룹과 SK하이닉스가 올 상반기 미국 정·관계 로비로 사용한 비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 정책과 입법으로 불확실성이 경영 과제로 떠오르면서 비상경영 속에서도 대정부 활동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칩스법'에 삼성·SK하이닉스 로비 비용 늘어
3일 재계와 미국 정치자금 추적 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7월) 삼성그룹(삼성반도체·삼성전자아메리카·삼성SDI아메리카)의 미국 로비자금은 325만달러(약 42억2760만원)로 집계되면서 상반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로비는 합법적인 활동으로 인정되는 만큼 국내 기업뿐 아니라 각국 정부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집권 시기인 2021년 이후 삼성그룹의 로비금액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부분의 로비 비용이 칩스법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활동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정계에서 칩스법의 전신인 미국경쟁법을 비롯해 대중국 반도체 규제 및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를 골자로 한 법안들이 상·하원에서 연이어 발의된 시기인 2021년 7월을 중심으로 삼성의 로비 자금이 대폭 늘어났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칩스법에 서명한 2022년 8월 이후인 지난해 하반기에만 전년(372만달러)의 90%에 해당하는 320만달러를 지출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액수인 526만달러를 집행한 SK하이닉스도 올해 상반기 227만달러를 로비 비용으로 지출하면서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SK하이닉스는 기존 해외 대관 조직인 인트라(INTRA) 조직에 이어 박정호 부회장(CEO) 산하에 글로벌 오퍼레이션 태스크포스(TF) 조직을 신설하며 미국 반도체법 등 위기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미국 정부는 초과이익 공유와 반도체 핵심 공정 및 경영 기밀 등을 보고하도록 한 독소조항과 보조금 수령 기업에 대해 향후 10년간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의 경우 5%까지만 확장을 허용한 가드레일 조항을 공개하면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IRA에 배터리·車업계도 활동 강화
IRA 관련 기업들의 로비 지출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에서 로비 활동을 시작한 삼성SDI는 올해 상반기 46만달러를 집행했다. 이미 지난해 집행한 총비용(29만달러)을 추월했다. IRA의 세부조항인 '외국 우려 단체'에 대한 세부 지침이 발표되지 않은 점이 로비 비용 급증의 원인로 꼽힌다. 지난해 가장 많은 수준인 336만달러를 집행한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지난해(109만달러)와 비슷한 108만달러를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다. 한화그룹 역시 IRA 발표와 맞물려 로비 활동을 대폭 늘렸다.
한화는 올해 상반기 58만달러를 집행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업계에서는 대부분 IRA 법안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태양광 제품 생산 기업인 한화솔루션의 큐셀 부문이 집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움직임과 맞물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업이 직접 미국 현지 입법동향에 힘을 쏟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개별 기업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에선 통상 당국이 직접 나서는 등 민관의 소통과 시너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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