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세계적 관심을 받은 것이 3년 전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세계 '제페토'의 부상, 메타로 사명을 변경한 페이스북의 변신 등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팬데믹 종료와 경기 불황으로 관심이 식는 듯했지만, 올해 6월 애플의 '비전프로' 출시로 다시 기대를 모으며, 현재는 메타버스에 대한 낙관과 회의적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기존의 디지털 트윈, 온라인 게임과 다를 바 없고 부가가치 창출도 없었다는 점에서 거품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기술 및 사업과 융합하여 일상화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필자도 메타버스가 중장기적으로 발전·확대될 것으로 보는데, 이는 세 가지 근거에 기인한다.
첫째, 산업용·업무용 메타버스의 확산이다. 산업용 메타버스 선두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는 메타버스를 산업용·업무용·개인용으로 구분하고, 가상현실(VR) 디바이스 홀로렌즈, 애저 클라우드, 다이내믹 365, 팀즈를 통합 공급하는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벤츠, BMW 등 자동차 제조사와 보잉(항공), BP(에너지), 박스터(제약), 코카콜라(식품) 등 글로벌 기업들도 생산성 향상·비용 절감·탄소 저감을 위해 현장에 메타버스를 도입하고 있다.
다음은 빅테크들의 디바이스 출시 경쟁이다. 메타의 메타퀘스트, MS의 홀로렌즈, 애플의 비전프로까지 빅테크들은 VR 디바이스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애플의 비전프로는 업무용 메타버스 시장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MS오피스와 파이널컷프로 등 맥(Mac) 기반 앱을 비전프로용으로 전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앱스토어 기반 자체 생태계를 구축해 온 애플은 아이폰으로 모바일 앱 생태계를 구축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메타버스 생태계를 만들려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웹3(Web 3.0)' 플랫폼의 부상이다. AI와 블록체인을 포함한 미래 인터넷 웹3와 메타버스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결합하면서 '또 하나의 지구', '가상 경제'를 창출할 것인데, 이 과정에서 메타버스가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노키아의 비즈니스 리더 대상 조사 결과, 우리 기업의 메타버스 경험률은 49%로, 미국 65%, 영국 64%에 비해 현저히 낮다. 지금은 국가 차원에서의 산업용 메타버스 조기 도입과 핵심 분야 발굴·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메타버스의 국가 전략 사업화를 위해 산업용 메타버스의 국내 도입과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 공정의 메타버스 적용 등 국내 대표 제조기업들의 실증을 지원하고, 검증된 분야는 산업단지로 확대하고 있다. 또한, 산업용 메타버스 솔루션 기업인 버넥트, VR 디바이스 제조사인 피앤씨솔루션 등 강소기업 발굴·지원, 메타버스 전용 앱 개발 인재 양성, 기업 매칭·글로벌 창업·엑셀러레이팅 등 다가올 메타버스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허성욱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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