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은 아름다움을 품고 가는 것이다. 인사(greeting)든 인사(personnel affairs)든 만날 때보다 떠날 때, 임명보다 면직의 인사가 더 중요하다. 처음의 미흡은 보정될 수 있으나 끝의 이미지는 그대로 남는다. 근래 한 고위직은 본인 면직을 전날 늦은 밤에 제3자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한다. 예전에도 어떤 정무직은 보고서 결재 중에 텔레비전을 보고 면직을 알았다고 했다. 쓰던 인재 보내는 일은 용도폐기와는 다르며, 여기서 쉽고 중요한 것을 너무 쉽게 놓치고 있다.
회자정리(會者定離)요 거자필반(去者必返)이다. 만나면 헤어지기 마련이지만 떠난 자는 꼭 돌아오는 법이다. 만남은 이별을 예고하고, 떠남은 공존했음을 의미하며, 여기는 또 재회의 원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문인이 '놓친 열차는 아름답다'고 했지만 떠나보낸 열차도 아름답다. 떠난 자는 추억을 안고 돌아오게 되어 있다. 국제공항의 이별은 하나의 각별한 순간이다. 배웅할 때 유심히 보면 검색대 뒤로 사라지기 전에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 없다. 누구에게나 '떠남'의 정서는 의미 있는 것이다.
떠남의 인사는 작게는 일상의 마침에서부터 크게는 오랜 직장의 퇴직이나 세상을 떠나는 일까지 다양하다. 조선 때까지는 봉직 후 퇴로(退老)한 관리에게 왕이 매월 술과 안주를 보내주었다. 미국 장관들은 퇴직할 때 원하면 국무회의실의 본인 이름표가 부착된 의자를 값을 지불하고 가져갈 수 있다. 그 직위 수행에 대한 긍지를 부여해주는 것이다. 보내는 인사 중 가장 장엄한 것은 장례식이다. 미국 대통령은 취임 시부터 본인 장례식 절차를 작성해야 한다. 항상 마지막을 생각하며 엄중히 임하라는 취지다.
세상일에 얻는 자가 있고, 잃는 자도 있다. 인사에는 승자보다 패자가 더 많은 속성이 있다. '다 만족하는 인사란 없다'는 명제에 안주하여 아무런 설명 없이 그냥 지나가기 십상이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잃은 자에 대한 사후설명은 그 불가피성의 해명을 넘어 상실한 아픔을 치유하고 조직에 생겼을 수 있는 오해의 소통작용도 한다. 그 사후절차의 효과는 의외로 탁월하다. 부서 전입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자 유능인력도 많이 탈락했다. 인사란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좀 안됐다는 생각에 개별적으로 간단히 사후설명하고 위로해주었다. 그러자 예상 외의 반응이 뜨기 시작했다. 그 설명으로 대부분 불만이 사라졌으며, 어떤 직원은 고맙다고까지 했다. 바쁘고 힘든 일상에서 자칫 지나치기 쉽지만 '한마디 사후인사'는 이처럼 위력적이다.
뿌린 씨앗은 열매 되어 돌아온다. 맞을 때, 시작할 때, 기쁠 때보다 보낼 때, 마칠 때, 슬플 때의 인사에, 임명 시, 영전 시, 발탁 시보다 면직 시, 좌천 시, 탈락 시의 인사에 더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이때 잘못하면 적이 되고, 이때 잘하면 내 편이 된다.
인사권이 칼로 보이지만 그 본질은 서비스다. 언제나 성취보다 상실에 대한 배려를 숙고하는 것이 참된 인사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자는 면직 때 작은 절차라도 고려해보는 여유가 긴요하다. 노자의 가르침이다.
'천하대사 필작어세(天下大事 必作於細)', 즉 '천하의 큰일도 작은 데서 비롯된다.' 가는 자는 깔끔하게 떠나야 하고, 보내는 자는 아쉬운 듯 보내야 한다. 수고했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마지막에 하는 것이다.
전충렬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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