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사업추진 24년만에 조합 설립 초읽기에 들어갔다. 창립총회를 열고 조합장을 선출해 강남구청의 조합설립 인가만 남겨뒀기 때문이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28개 동의 4424가구 대단지로 강남 재건축 사업의 대어로 꼽힌다. 정비사업 가시화에 따른 호가상승 등으로 향후 강남권 집값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일 은마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추진위)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창립총회'를 열었다. 초대 조합장에 최정희 현 추진위원장이 당선됐다. 최 위원장은 후보 연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1999년부터 재건축을 준비했지만 24년간 매몰비용만 발생했다"며 2년 내 이주를 시작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이어 "용적률이 204%에 달해 사업성이 좋지 않다. 분담금 부담을 낮추도록 노력하겠다"며 "또 31평형을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재건축 사업은 안전진단→정비구역지정→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계획인가→관리처분계획인가 →이주·철거·착공 절차를 거친다. 창립 총회 이후 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는 통상적으로 한달가량 걸린다. 신호용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는 "조합설립을 위해선 단지 전체 구분소유자의 4분의3 이상 및 각 동별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동의 등이 필요하다"며 "그간 상가의 과반수 동의 확보가 어려워 조합설립이 지연됐지만 최근 협의점을 찾아 창립총회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은마는 조합설립인가 후 다음 수순으로 현 정비계획안(최고 35층, 33개동, 5778가구)을 최고 49층으로 높이는 등 변경 심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지만 현재는 새로운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의 35층룰 폐지에 따라 새 안을 만들 수 있어서다. 추진위는 사업시행계획인가 시기는 2024년 9월, 관리처분계획인가는 2025년 7월을 예상하고 있다.
은마는 강남에서 거래가 활발한 단지인 만큼 조합설립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거래량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아실에 따르면 은마는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강남구에서 가장 많은 82건이 매매거래됐다. 월별 거래는 △1월(4건) △2월(17건) △3월(10건) △4월(10건) △5월(17건) △6월(13건) △7월(9건) △8월(2건)이다. 7월과 8월 거래량은 신고기한 30일을 감안하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집주인들은 호가를 높일 전망이다. 조합설립은 재건축 사업의 5부능선을 넘는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전용 84㎡는 올해초 21억원대에 거래되다 지난달 26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이후정 부동산마트 대표는 "조합이 설립되면 투기과열지구 내 매매 시 조합원 지위 승계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팔 사람들은 이미 급매물로 다 팔았다"며 "은마 시세는 계속 오르고 있다. 매수자들은 2주 전까지 문의가 많았지만 이제는 조합설립 후 시세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인근 강남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사업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치미도 1·2차, 선경1·2차 등이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대치미도는 신속통합기획 단계를 밟고 있고 선경은 신통기획을 신청했다가 철회했다. 대영공인중개사 권욱태 실장은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는 소폭 오르고 있다. 은마 시세가 오르면 인근 단지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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