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뉴 CR-V 터보. 혼다 제공
[파이낸셜뉴스] 혼다가 '노 재팬 운동'(일본제품 불매운동) 종식에도 한국시장에서 판매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실적 반등에 나선 한국토요타자동차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2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혼다 코리아의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보다 69% 감소한 604대에 그쳤다. 특히 올 7월 월간 판매량은 31대로 혼다코리아가 한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2004년 4월(2대) 이후 가장 부진했다. 미국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SUV)인 CR-V를 지난 4월에 투입했음에도 이렇다할 반등을 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혼다, 한국시장 판매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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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대) |
점유율(%) |
2017 |
1만299 |
4.42 |
2018 |
7956 |
3.05 |
2019 |
8760 |
3.58 |
2020 |
3056 |
1.11 |
2021 |
4355 |
1.58 |
2022 |
3140 |
1.11 |
2023.7 |
604 |
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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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입자동차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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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같은 기간 8038대가 팔리며 지난해 동기대비 120.2%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도 2.40%에서 5.29%로 확대됐다. 베스트셀링카 순위에서도 렉서스 ES300h는 BMW 520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토요타 판매대수도 전년 동기 대비 32.4% 증가했다.
한국 시장에 둘 뿐인 일본차인 토요타와 혼다의 실적을 가른 변수는 크게 두 가지다.
가장 크게는 2019년 여름 노재팬 운동 촉발 이후 약 3~4년 간의 긴 공백기에 대처하는 기본적인 전략에 큰 차이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토요타는 올해를 실적 회복의 원년으로 보고 총 8종의 모델을 국내로 들여오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 가운데 글로벌 인기차종인 '라브4'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하이랜더를 비롯해 일본의 '원조 사장님차'로 불리는 크라운, 렉서스 RZ 등 전략모델을 상반기 한국시장에 집중적으로 투하했다. 지난 6월엔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의 측근로 알려진 렉서스 인터내셔널 와타나베 타카시 사장이 RZ450e 신차 발표행사에 한국을 방한하기도 했다.
한국토요타가 '속도전'으로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감힘을 쓰며, 올 상반기 하이브리드, 전기차, 내연기관차 등 모델들을 대거 쏟아낸 반면, 혼다코리아가 올 상반기 선보인 신차는 CR-V터보 하나 뿐이다. 자동차 판매가 '신차 효과'에 기반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보다 과감한 접근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혼다 코리아가 '100% 온라인 판매'로 전환(지난 4월)한 후 3개월간 혼다의 해당 온라인 판매 플랫폼에 약 30만명이 방문한 점을 감안하면, 혼다 코리아가 시장의 잠재 수요와 관심에 십분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차 대명사인 일본차에 관심을 가졌으나, 하이브리드 모델을 들여오지 않은 점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혼다 코리아 측은 남은 하반기, 혼다 어코드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 CR-V 하이브리드 모델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늦은감이 없지 않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경쟁력 자체가 약화된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과거 혼다라고 하면 기술의 혼다, 스포티한 감각 등이 강점있었는데 그런 특성을 살린 모델들의 투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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