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의 모니터에 비트코인 가격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난주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를 겪은 코인시장이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0%대 하락률을 기록했지만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시장 불안한데...매도 쏟아지자 폭락"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의 가격은 35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7일 새벽까지 3900만원선을 유지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18일 오전 3491만원까지 떨어졌다. 이어 19일에는 3448만원까지 밀렸다가 20일부터 3500만원선에서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고점(3914만원)과 비교하면 주말 동안에만 11.90% 하락했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한 이후 최대 하락 폭을 맞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초 비트코인 가격은 3000만원선에서 2100만원대까지 28%대의 급락세를 보인 바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통화정책 리스크와 중국 부동산시장 리스크가 동시에 불거지는 상황에서 코인 관련 파생상품의 대규모 청산이 급락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의 정석문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등이 발표되면서 미국 금융당국의 긴축 정책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채권금리가 치솟고, 위험자산인 나스닥시장의 기술주도 동반 하락했다"며 "중국 부동산기업 헝다(에버그란데)가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또 다른 부동산 개발기업 비구이위안도 디폴트 위험이 커지고 있어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센트럴파크캐피탈의 트레이더 루이스 할랜드는 “우리는 숏(매도) 성향의 비트코인 미결제약정 포지션 증가를 목격했다”면서 “2만8500달러(약 3827만원)가 무너지면서 실질적 규모의 롱 포지션(매수) 청산으로 이어졌고 이는 현물 매도와 맞물렸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 시장 분석회사 K33는 "많은 사람들이 스페이스X의 비트코인 판매 소식 등에 급락 사태를 분석하려 했지만 어느 것도 하락의 시점이나 강도를 설명할 수 없다”며 “상당한 규모의 청산과 그에 따른 미결제약정 감소에서 알 수 있듯 파생상품 시장에서의 레버리지(차입투자)의 축적은 빠른 피드백 루프를 위한 완벽한 조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모멘텀 없으면 "시장 불안 계속될 것"
향후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이번 폭락의 주체가 가상자산 단기 보유자인 만큼 이후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 가격 급등은 곧바로 일어날 수 있다는 긍정론도 나온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크립토퀀트는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기 전 회복 국면에서 단기 보유자 중심의 하락 패턴은 자주 발생한다. 최근 가격 하락은 사이클로 보면 일반적인 현상으로 판단돼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며 "일시적인 가격 조정이 발생했지만 곧 장기 보유자들이 시장을 주도해 가격을 더욱 높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K33도 "이번 하락이 계속 부정적인 추세로 이어질 이유는 없다"며 "오히려 공매도가 증가하면서 다가오는 숏 스퀴즈(매도 포지션 청산에 따른 가격 급등)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매크로(거시) 환경이 나빠진 상황에서 이런 변동성장은 앞으로 계속될 수 있다는 주장도 강하다. 결국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결정과 각종 소송 결과 등의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할랜드 트레이더도 “미국 금리는 수년 중 최고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거의 15년 최고 수준이다. 이는 위험자산 전반에 부정적”이라며 “채권가격 하락(수익률 상승)이 계속되면 부정적인 위험자산 가격 움직임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가상자산 투자 운용사 넥소의 공동 설립자인 안토니 트렌체프는 "비트코인이 20일, 50일,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좋지 않아 보인다"며 "2만4800달러(약 3330만원)가 지지되지 않으면 현재 수준에서 약 25% 추가 하락해 2만달러(약 2686만원)로 진입할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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