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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산업현장… 파업 뇌관 된 '정년연장'

최대 단일노조 앞세운 현대차, "64세" 요구하며 총력투쟁 예고
사측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
파업 돌입땐 다른 기업도 영향
경영계 "임금체계 개편이 우선"

늙어가는 산업현장… 파업 뇌관 된 '정년연장'
'정년연장'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하투(夏鬪·여름철 노동계 투쟁)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국내 최대 단일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정년연장 요구를 앞세워 이번 주 파업 여부를 확정한다. 개별노조 단위에서 정년연장 갈등이 촉발한 '1호 파업'이 될 수 있어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현장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정년연장 문제가 앞으로 노사갈등의 최대 현안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 5년 만에 임단협 파업 임박

현대차 노조는 2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파업) 발생을 결의했다. 25일에는 노조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한다. 파업으로 결론이 나면 2018년 이후 5년 만에 임단협과 관련한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된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인상과 함께 현재 60세인 정년을 64세로 연장을 요구하며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경영계 관계자는 "수년 내 퇴직을 앞두고 있는 50대 근로자들이 정년연장 이슈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면서 "향후 현대차뿐만 아니라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런 요구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근로자의 43.7%(기아는 54.7%)는 50대 이상이다. 20대는 12.6%에 불과하고, 기아의 경우 6.0%밖에 안 된다. 조선·철강 업종도 생산직 고령화 사정은 비슷하다.

현대차 사측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기차 시대로 가면서 생산인력을 줄여야 할 판에, 고임금의 고령근로자들의 정년연장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자동차 산업에 타격이 우려된다. 현대차에 이어 기아 노조까지 64세 정년연장을 요구하며 파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임금체계 개편 없인 시기상조

주요 기업들도 현대차그룹발 정년연장 파업의 파급도를 주목하고 있다.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 단체협상이 예고된 기업들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16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정년을 65세까지 늘려달라는 내용의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대한 청원을 내고, 하반기 국회에서 정년연장이 관철될 수 있도록 조직적 활동에 나선다고 예고했다. 다음달 15일까지 총 5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심사를 거쳐 정부의 제도 마련을 위한 압박의 근거가 된다.

경영계도 대응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임영태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기업들은 지난 2013년 만 60세로 정년이 의무화됐을 당시의 충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며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되지 않는 고령자 계속고용 논의는 기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현재의 호봉제 중심인 임금체계 개편이 전제되지 않는 정년연장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최근 "청년취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며 기존 노동계약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형태의 정년연장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