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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장관상 충정로 안착한 '忠正' 민영환 선생 [2023 대한민국 국토대전]

서울 서대문구 민영환 동상 이전 설치
애국지사 '충정' 시호 딴 충정로길 생겨
민·관 뜻모아 동상 4번 이사 끝 제자리로

국토교통부장관상 충정로 안착한 '忠正' 민영환 선생 [2023 대한민국 국토대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사거리에 '충정공 민영환' 동상을 이전한 모습 서울. 서대문구 제공
서울 서대문구청은 충정공 민영환 선생의 동상을 이전했다. 서대문구의 관심과 노력으로 4번 만에 안착한 민영환 선생의 동상은 이전과 달리 사방이 탁 트이고 접근성도 용이한 곳에 위치했다. 선생의 유지를 되새기는 공간으로 시민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충정공 민영환 선생(1861~1905)은 대한제국의 고위 관리로서 국정 쇄신과 주권 수호에 온 힘을 다했던 선각자이다. 1905년 11월 을사늑약이 강제되자 공직자로서 국가수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뼈저리게 느껴 자진 순국으로 일제에 항거했다. 고종황제는 그에게 충정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서대문구 충정로는 일제강점기에 죽첨정으로 불렸는데 1946년 10월 서울시가 일제 잔재를 바로잡으면서 충정로역과 서대문역을 잇는 지역 일대의 일본식 도로명을 민영환 선생의 시호를 따 충정로로 개명했다.

하지만 당시 길 이름은 바뀌었음에도 민영환 선생을 기릴 수 있는 상징물은 없는 실정이었다. 민영환 선생 동상은 높이 5m, 둘레 3.3m 규모로 1957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 처음 세워졌다. 이후 동상은 도로 확장공사에 따라 1970년 초 창덕궁 돈화문 앞으로 이전했으나 그 뒤로도 궁궐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지속해 일었다. 동상은 2003년 민영환 선생의 생가터 근처인 종로구 견지동 우정총국(사적 제213호)으로 한 차례 더 자리를 옮기게 됐다. 하지만 동상은 우정총국 인근 시민공원 구석에서 '홀대'를 받았다.

2020년 8월 평생 민영환 선생을 연구한 정윤재 교수(한국학 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사회과학부 명예교수)가 민영환 동상 이전을 제안했다. 서대문구는 정 교수의 뜻에 공감해 동상 이전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8월에 서대문구 충정로(약 800m 길이의 왕복 8차선 도로)의 시작점인 충정로사거리 교통섬(교차로 등에 설치한 섬 모양의 교통 시설)에 민영환 선생 동상 이전을 완료했다. 이곳 인근 주한 프랑스대사관 자리는 과거 민영환 선생의 별장이 있었던 곳이어서 상징적인 의미를 더한다.

서대문구는 단순히 동상만 이전한 것이 아니라 민영환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민영환 선생의 유서 '마지막으로 우리 대한제국 이천만 동포에게 고함' 문구를 새긴 대형 해설석과 일대기를 새긴 석재 벽을 설치했다. 동상 앞엔 그의 충절을 기리는 시조 '혈죽가'가 담긴 조형물도 설치했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민관이 협업한 덕분이다. 서대문구 외에 민간과 공공기관, 정부 부처가 힘을 모았다. 사업에 참여한 주요 인물로는 정윤재 교수, 민영환기념사업회(이홍구 전 국무총리,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민영환 선생의 증손녀인 민명기 작가), 김영주 종근당 대표, 김용환 종근당산업 대표, 풍산 류진 회장 등이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