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몇 저축은행들로부터 예금거래기본약관을 변경한다는 안내문자를 받았다. 대부분의 저축은행은 변경된 약관에 대해 장기미거래예금이 휴면예금으로 되는 시점에 예금계약이 자동 종료된다는 점을 명기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 저축은행은 휴면예금을 잡이익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축은행 간의 설명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소멸시효가 완성된 휴면예금을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청구권 소멸시효가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휴면예금법 제정 이전에는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이 소멸시효가 지난 예금 등을 잡이익으로 처리하거나 원권리자 반환 노력을 소홀히 하면서 많은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었다. 잡이익 처리 이후 원권리자가 요청할 경우 반환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들어 포용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휴면예금을 서민금융에 이용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2007년 휴면예금법(2016년 서민금융법으로 확대 제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의 기본 취지는 휴면예금의 원권리자를 보호하면서 이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법 제정 당시 금융회사의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여 휴면예금 출연을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금융회사들이 휴면예금관리재단(2016년 서민금융진흥원으로 확대 개편)과 출연협약을 맺고 있다. 올해 6월 말 현재 서민금융진흥원은 은행 21개사, 보험사 35개사, 저축은행 53개사, 기타 3개사 등 총 112개사와 협약을 맺었으나 저축은행 26개사, 상호금융회사 대부분과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휴면예금관리재단 포함)은 올해 6월 말 현재 3조8000억원의 휴면예금 등을 출연받아 1조5000억원을 원권리자에게 돌려주고 휴면예금 운용수익을 이용, 미소금융을 통해 영세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미소금융은 2008년 시작된 우리나라 최초의 정책서민금융으로, 금융회사가 담당하기 어려운 부문에 대해 민간사업수행기관이 제공하는 소액신용대출이다. 서금원은 이들 민간사업수행기관에 무이자로 자금을 대여해주면서 사업수행을 지원하고 있다.
휴면예금을 이용하여 포용금융을 확대하려는 노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국, 일본 등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휴면예금을 기부받아 교육, 건강, 환경 등 정부가 설정한 목표와 연계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으나 정부에 서비스 제공 의무가 있는 분야는 지원하지 않는다. 일본은 휴면예금 출연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휴면예금 사용용도를 인구감소 및 고령화에 의해 발생하지만 정부가 대응하기 곤란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는 휴면예금 원권리자를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이용하여 정부 재정을 사용하기 어렵거나 사용하지 않는 부문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 자금수요자 등 개인을 직접 지원하기보다는 지역사회 문제 해결, 취약계층 생활지원, 저소득층 복지지원 등 특정 목적을 추구하는 단체(NPO)를 지원함으로써 정부 정책을 보완하고 있다. 그러므로 원권리자 보호를 강화하고 휴면예금을 사회적으로 좋은 목적에 사용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금융회사들이 출연협약을 맺고 함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나아가 휴면예금의 의무출연도 기대해본다.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 신용회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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