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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집도 못 사냐...“50년 대출, 나이들어 안 됩니다"[부동산 아토즈]



40대 집도 못 사냐...“50년 대출, 나이들어 안 됩니다"[부동산 아토즈]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금리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50년 동안 집의 노예가 됩니다. 절대 받지 마세요”
50년 주담대가 첫 출시됐을 때 부동산 시장의 반응 가운데 하나다. 그도 그럴것이 대출 한도는 늘지만 ‘이자 폭탄’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청자가 폭증했고, 금융당국은 화들짝 놀라며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을 논의중이다. ‘50~60대가 왜 50년 주담대를 받느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어떤 기준을 내놓을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중·장년층의 50년 주담대 이용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청포족·청무피사’...가점제 확대가 부른 역차별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역차별 이슈는 '청포족’·'청무피사' 등으로 대변되는 가점제 확대였다. ‘청포족’은 청약 당첨을 포기한 20~30대를 말한다. '청무피사'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당첨이 어려워지자 '청약은 무슨 피 주고 사'를 주여서 만든 신조어다.

문재인 정부 시절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대폭 늘렸다. 이들 규제지역에서는 가점제 물량을 더 늘려 공급토록 했다.

한 예로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는 ‘8·2 부동산대책’에서 수도권 공공택지와 투기과열지구 일반공급의 청약 가점제 비율을 75%에서 100%로 확대했다. 청약통장 가입기간·무주택기간 등 가점 항목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2030세대들의 당첨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까워지면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가점제 확대는 30대의 ‘패닉 바잉’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가점에서 유리한 4050세대와 상대적으로 불리한 2030세대 간의 ‘세대간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공정성을 키운다며 개편한 문재인 정부 청약 제도는 결국 역차별과 세대간 갈등을 더 키운 셈이 됐다”고 말했다.

윤 정부 들어서는 이 같은 역차별 논란을 감안해 추첨제 물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소형 평형 추첨제 확대와 청년 특공 신설 등이 대표적이다.

40대 집도 못 사냐...“50년 대출, 나이들어 안 됩니다"[부동산 아토즈]
자료 : 부동산인포

실제로 부동산인포가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청약 당첨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 추첨제가 확대되면서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자 중 30대 이하의 비율은 59.7%로 집계됐다. 서울 30대 이하 당첨자 비율은 2021년 33.3%, 2022년 43.2% 등이다.

그렇다고 역차별 논란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청년층에 더 많은 청약 혜택이 돌아가면서 최근에는 4050 세대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50대도 50년 주담대 원한다"...젊은 사람만 이용하나?

50년 주담대 논란은 부동산 시장에 또 다른 역차별 이슈를 촉발시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중·장년층은 나이 제한 때문에 각종 정책대출 상품을 이용하지 못한다.

한 예로 요새 인기가 많은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만기가 10·15·20·30·40·50년 등 총 6가지다. 만기 40년은 만 39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혼인 7년 이내)만 이용할 수 있다. 만기 50년은 만34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50년 주담대는 사실 알고 보면 이자폭탄이다. 40년 만기(연 4.4% 금리)로 가정해 5억원을 대출 받으면 총 대출이자는 약 5억6357만원이다. 50년 만기로 빌리면 총대출이자는 약 7억3769만원으로 원금의 150% 수준까지 늘어난다.

40대 집도 못 사냐...“50년 대출, 나이들어 안 됩니다"[부동산 아토즈]

하지만 50년 주담대의 가장 큰 장점은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대출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데 있다. 대출을 받고 50년 동안 거주하지 않는다. 일정 기간 이후 집을 매각한다고 가정했을 때 50년 주담대 만기 상품을 이용하는 게 수요자 입장에서는 훨씬 유리한 셈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나이 등 특정 기준으로 대출 순위를 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기회는 균등하게 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도 ‘50년 주담대 규제는 역찰별’이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주담대 만기를 늘리는 것은 정부가 권장한 사항이기도 하다.

한 네티즌은 "만 34세에 대출을 받아 집을 50년 동안 갖고 있는 사람이 몇 이나 되겠느냐"며 "30대이든 50대이든 다 똑 같다. 50대만 뭐라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50년 주담대 가이드라인을 고심중이다. 세부 기준이 어떻게 마련될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중장년층의 50년 주담대 문호는 확 좁아질 것이 뻔하다. 벌써 적지 않은 금융기관들이 당국의 눈치를 보며 만 34세 이하 등 연령 제한을 걸고 있다.

“정책상품은 1순위 이용”...또 증명된 원칙?

부동산은 특성상 공급이 제한돼 있다. 때문에 어떤 정책과 상품이든 수혜 계층이 한정되기 마련이다. 공급을 마냥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가점제 확대에 따른 청포족 논란도 결국 공급물량이 절대적으로 늘지 않아서 발생한 점이 적지 않다. 50대 주담대도 가계부채 총량 등을 고려할 때 공급할 수 있는 대출 한도를 넘어서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상품 특성상 결국 그때 그때 판단에 따라서 배분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며 “이것 밖에 방법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50년 주담대'도 현 정부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예상 외의 부작용(?)이 나오자 부랴 부랴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결과적으로 50년 주담대 문턱이 높아지게 되고,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어떤 상품이 나올 때 가장 먼저 받은 사람이 승자인 것 같다”고 말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