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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주거침입과 긴급피난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주거침입과 긴급피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에 생존자들이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강추위와 식량이 부족한 열악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작품 속에서, 대지진 발생으로 붕괴되지 않은 아파트에 생존자들이 몰려듭니다. 생존자들이 강추위 때문에 붕괴되지 않은 아파트에 들어가거나 명화(박보영 분)가 영탁(이병헌 분)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다른 집에 들어가는 것이 주거침입죄가 성립할까요?주거침입죄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주거침입죄는 사실상의 주거 평온을 보호하기 위하여 규정한 것으로서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하는 범죄 중 하나입니다.주거는 사람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장소를 의미하며 계속적 사용뿐만 아니라 일시적 사용도 포함됩니다. 주거의 설비, 구조를 불문하고 주거 자체를 위한 건물 이외의 부속물도 주거에 해당합니다.예를 들면, 일정 기간만 머무는 별장, 호텔 객실, 텐트, 캠핑카뿐만 아니라 토굴도 거주하면 주거에 포함됩니다. 주거는 가옥 자체만 말하지 않고 담장 안쪽의 정원, 담장과 방 사이의 통로, 공동주택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계단, 복도, 엘리베이터 등도 주거에 포함됩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주거침입과 긴급피난
영화 속의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는 당연히 주거에 해당합니다. 생존자들이 들어간 아파트의 공동현관이나 계단, 복도나 통로도 역시 주거에 포함됩니다. 외부인이 아파트의 공동현관이나 계단, 복도 등에 무단으로 들어가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주거는 사람이 현존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소유나 점유의 적법, 부적법도 불문합니다. 즉, 빈집에 무단으로 들어가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고, 임대차 기간이 종료하였으나 아직 명도하지 않은 임차인의 집에 임대인이 무단으로 들어가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합니다.침입은 주거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 등에 들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평소 출입이 허용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면 침입에 해당합니다.예를 들면, 회사의 직원이 절도 목적으로 출입이 자유롭던 사무실을 들어간 경우, 대리 시험 목적으로 시험장에 들어간 경우 등은 침입에 해당합니다.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된 장소인 백화점, 호텔, 상가건물, 식당도 절도, 도청 등의 범죄 목적으로 들어가면 침입이 됩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주거침입과 긴급피난
영탁의 신분을 의심한 명화가 영탁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베란다를 통해서 영탁과 할머니가 거주하는 아파트에 들어간 것은 주거침입죄가 성립합니다. 의심스러운 영탁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것으로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주거침입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생존자들이 모든 것이 붕괴된 상황에서 강추위를 피해 살기 위해서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의 공동현관이나 계단, 복도에 들어간 것은 주거침입에 해당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것은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긴급피난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를 말합니다. 즉, 긴급피난은 정당방위, 자구행위, 피해자의 승낙, 정당행위 등과 더불어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의 위법성을 소멸시키는 위법성조각사유 중 하나입니다.생존자들이 대지진으로 모든 것이 붕괴되고 강추위까지 덮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아파트에 들어간 것은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로서 긴급피난으로 볼 수 있어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주거침입과 긴급피난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