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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흥망 함께한 ‘코란도 아버지’ 역사속으로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26일 별세
어릴 때부터 ‘자동차광’ 떡잎 보여
코란도·무쏘, 韓 SUV시장 ‘한 획’
중화학 등 발넓혀 ‘재계6위’ 신화

쌍용 흥망 함께한 ‘코란도 아버지’ 역사속으로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장례식장 빈소에 김석원 전 회장의 영정이 놓여 있다. 뉴시스
쌍용그룹의 전성기부터 해체까지 굴곡진 삶을 살았던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78세. 지난 26일 성곡언론문화재단은 김 전 회장이 노환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1945년생인 김 전 회장은 대구 출신으로, 서울고 졸업 후 미국 브랜다이스대 경제학과에서 공부했다. 1975년 부친인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가 별세하면서 31세의 젊은 나이에 그룹을 물려받게 됐다.

당초 쌍용그룹은 소규모 비누공장을 모태로 출발해 레미콘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었지만, 김 전 회장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사업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김 전 회장은 중화학, 금융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그룹을 재계 6위까지 성장시켰다. 쌍용중공업과 쌍용종합건설을 세우고, 효성증권을 인수하는 등 사업다각화에 힘을 실었다.

김 전 회장을 언급하는 데 있어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코란도와 무쏘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인은 엄청난 '자동차광'이었다. 어린 시절 부친 고 김성곤 쌍용그룹 회장의 벤츠를 혼자서 몰래 분해해 조립할 정도로 차에 관심을 가졌으며, 미국 유학 시절엔 레이싱스쿨을 수료했을 정도다. 자동차에 대한 그의 애정은 1986년 한국 최초의 자동차회사인 동아자동차 인수로 이어졌다. 동아자동차를 인수한 이듬해인 1987년엔 영국의 스포츠카 회사인 팬더 웨스트윈즈도 인수했다.

고인은 자동차를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각오 아래 1988년 사명을 쌍용자동차로 바꾸고 그해 국내 첫 4륜구동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코란도 패밀리를 출시하며 '지프형 자동차' 시장을 본격 키웠다.

특히 1990년대 들어선 경쟁사인 현대차, 대우 등과의 지명도 격차를 좁히기 위해 독일 벤츠와 기술·자본 제휴를 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4륜구동 중형 SUV '무쏘' '뉴코란도', 소형 승합차 '이스타나', 고급 세단 '체어맨' 등이 벤츠와 제휴로 탄생했다. 벤츠가 해외기업에 설계기술을 공개하고, 차체를 공동개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진행됐다. 1994년에는 완성차 생산거점인 평택공장에 이어 창원에 엔진 생산공장을 준공했고, 1995년에는 평택에 이스타나 등 소형 상용차 전용공장을 세우는 등 생산역량도 확충했다.

그러나 과감한 투자는 리스크를 수반했다. 동아자동차 인수 당시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1조원 가까운 부채를 안게 됐고, 현대정공의 갤로퍼 출시로 SUV시장에서 쌍용차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체어맨' 개발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3조4000억원 규모의 누적된 채무를 이기지 못하고 1998년 대우차에 매각됐고, 이 여파로 그룹도 해체 수순을 밟았다. 이후 쌍용차는 대우그룹, 중국 상하이차(2004년 인수), 기업회생절차, 인도 마힌드라그룹(2011년 인수) 등으로 부침을 겪었다. 그러다가 기업회생절차를 거쳐 지난해 KG그룹에 최종 인수되면서 현재는 경영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