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세 5명 중 1명꼴 실업상태
20대 선호 비제조업 일자리 부족
대기업 정규직 생산직 감소 원인
【파이낸셜뉴스 서울·울산=조은효 최수상 기자】 '한국 제조업의 메카'인 울산이 20대 청년 실업률 전국 1위라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울산이 청년 고용 꼴찌의 불명예를 안은 건 20대들이 선호하는 비제조업 일자리 부족, 대기업 정규직 생산직 감소 등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킹산직의 도시', 중기 생산직 기피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통계청 자료에 기반해 발표한 '2022년 지역별 청년(15~29세) 고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울산의 15~29세 청년 실업률은 10.9%로 전국 평균(5.6%)을 2배 가까이 상회하며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에서 직원들이 퇴근하는 모습. 연합뉴스
특히 20대 가운데서도 울산의 20대 초반(20~24세) 실업률은 무려 19.4%로 20%에 육박했다. 학업 등으로 비경제활동으로 분류되는 20대 초반을 제외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든 울산의 20대 초반 경제활동인구 5명 중 1명이 놀고 있다는 얘기다. 울산의 청년 고용률도 40.0%로 총 17개 주요 광역시·도 가운데 13위로 최하위권이다. 조선사 등 제조업들이 일손 부족에 허덕이며 베트남 등에서 인력 수입에 나선 상황과는 딴판이다.
울산은 전통의 부자도시다. 울산의 1인당 개인소득은 서울에 이어 전국 2위(2016년까지는 울산이 1위)다. 평균 가구소득도 전국 평균보다 높다. HD현대중공업, 현대차 등 평균 연봉 1억원을 상회하는 주요 대기업들의 생산 현장이 포진하면서 억대 고임금 생산직 근로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고임금 생산직 근로자의 자녀들인 2030대는 생산직보다 정보기술(IT)·금융 등 사무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경총의 분석이다. 또 생산직일 경우에는, 부모가 다닌 대기업 직장의 급여와 복지를 갖춘 곳을 희망한다는 게 울산 현지의 분위기다.
문제는 20대가 선호하는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울산 실업률 심화의 가장 큰 이유다. 이로 인해 20대들이 서비스업, 정보기술, 금융 등의 일자리를 찾아 서울·부산·대구 등지로 빠져나가는 '탈울산' 현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경총 최윤희 팀장은 "울산 지역의 20대들이 직장을 그만둔 이유로는 '근무환경이 맞지 않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울산에 남아있는 청년들의 경우 본인들의 원하는 일자리를 못찾다 보니까 취업률이 낮고, 실업률이 높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현대차에서 일하고 있는데, 자녀들에게 그 2, 3차 벤더 심지어 그 이하 하청기업에서 일하라면 받아들이겠느냐는 것이다.
양질의 생산직 일자리 감소는 더 큰 문제다. 올해 현대자동차가 10년 만에 생산직 정규직 채용 시 '킹산직'으로 불리며 약 45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했던 것만 봐도 울산의 20대 청년 실업률이 높은 게 단순히 생산직 기피 현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대기업의 안정적 고임금 생산직 인기는 높다. 문제는 이들 억대 생산직 고용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로봇 등 자동화, 산업구조 전환 등의 영향이 크다.
■정년연장 시 자녀세대 취업문 더 좁아져
울산의 취업률이 높아지는 연령대는 5060대다. 울산의 20대 고용률은 58.2%인 반면, 50대 고용률은 75.7%, 60대 이상도 40%가 넘는다.
현대차의 경우 내연기관차에 비해 생산공정이 줄어드는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에 맞춰 생산직 신규 고용을 줄여나가면서, 장기적으로 생산직 근로자들의 자연감소를 유도할 계획이다.
정유사들도 공장 자동화 등으로 고용유발계수가 높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세대인 5060대가 정년연장이 현실화될 경우, 자녀세대들의 취업문은 자연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경총 임영태 본부장은 "지역 내 일자리 제공 확대와 더불어 청년이 쉽게 진입 가능한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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