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 식재료 대부분 쿠팡으로 주문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앱으로 보았는데 그리 비싸지 않던데요. 정말 집으로 배달해주나요." "쿠팡으로 이유식 주문 시 소고기 같은 육류 들어간 것도 주문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대만의 대표 한인 커뮤니티 '포모사'가 최근 '쿠팡 대만 로켓배송' 열풍에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쿠팡이 대만에 로켓직구와 로켓배송으로 진출해 주요 식재료·생필품 수백만개 제품을 익일배송으로 구할 수 있게 되면서다. 한국에서 대만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한인들은 로켓배송 앱 설치를 필수로 하고 있고, 대만 현지 소비자에게는 인기 K-푸드나 생필품, 뷰티 상품 등을 현지 커머스 사이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성지'가 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쿠팡앱은 올 들어 대만 전체 앱(안드로이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트래픽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쿠팡 대만 앱 쇼핑 부문 다운로드 순위에서도 쿠팡은 1위를 기록하며 2위(쇼피), 5위(타오바오), 6위(왓슨) 등 쟁쟁한 해외 유통업체 다운로드 수를 추월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도 지난 2·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대만의 로켓배송 런칭 첫 10개월이 한국의 로켓배송 첫 10개월보다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한 바 있다.
쿠팡 앱이 대만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한국 특유의 '익일배송' 로켓 시스템을 이식해 다른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보다 배송 속도가 월등히 빠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하기 힘든 한국산 제품을 포함한 현지 주요 상품들도 훨씬 저렴하게 한국 로켓배송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국내산 K푸드인 바나나우유나 과자류, 마스크팩이나 물티슈 등 생필품은 현지 업체들과 비교해 현저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만에 거주하는 한인 소비자들은 "쿠팡에선 즉석밥과 컵라면부터 멸치액젓, 배도라지청이나 현지 마트엔 없는 올리고당도 살 수 있다"며 "한국에서 더 이상 각종 식자재나 생필품을 구매해 대만에 가져올 필요가 없어졌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쿠팡 대만 앱으로 직구와 로켓배송을 사용하는 현지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은 해외로 판로를 확장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대만에서 판매하는 수백만개 상품 가운데 70%가 중소기업 제품들이고, 판매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브랜드 인지도는 낮지만 쿠팡에서 먼저 성공을 경험한 중소기업들은 "비용 투자가 높은 해외 진출이 중소기업 입장에서 어려웠지만 쿠팡을 통해 해외로 무대를 넓혔다"고 입을 모았다.
건강식품 브랜드 뉴트리데이를 판매하는 '더베이글'은 대만에서 비타민과 오메가3, 루테인과 각종 다이어트 쉐이크 제품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음. 더베이글측은 "한국에서도 전체 매출 가운데 쿠팡 비중이 60~70%를 차지하고 있는데, 대만 시장에서 가성비를 주무기 삼은 제품들의 성장세가 매우 빠른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오프라인 벤더업체를 통한 수출도 고려해봤지만 쿠팡이 있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뷰티 제조업체 '지피클럽' 손재덕 이사는 "지난해와 비교해 올 1~7월 쿠팡 대만을 통한 매출이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안다"며 "중국 수출 하향세로 대안 마련이 없던 가운데 쿠팡이 새로운 수출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현재 쿠팡은 물류부터 통관, 수입세 징수, 대만 로켓배송 등을 중소·중견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 교수는 "쿠팡의 대만 로켓직구와 로켓배송은 진출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중소기업들에게 전례없는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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