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카드사간 배타적인 생각 내려놓고 블록체인 등 신기술 적극 도입해야
BNPL서비스로 빅테크와 신경전
카드사 입지넓힐 기회 정부 나서야
"카드사들이 앞으로 카드만 하면 망합니다. '신용카드사'의 줄임말이 카드사였던 만큼 신용, 즉 금융 쪽으로 뻗어나가고 지급결제 수단도 다양하게 늘려 나가야죠. 경쟁 범위를 우주까지 확장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합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사진)는 카드사들이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한 경영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블록체인 기술과 카드 산업의 시너지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카드사들이 돈을 빌려 신용을 제공하고, 이자를 받는 본업에서 한발 더 진화해 플랫폼 전략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채 교수는 미국 뉴욕주립대 경영대학에서 경영정보시스템을 연구하던 중 신용카드 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면서 카드사들이 돈을 빌려 신용을 제공하고, 이자를 받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야 한다며 규제 샌드박스 적극 활용, IT기술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카드사와 빅테크가 카드사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선구매후불결제(BNPL) 서비스는 카드사의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결제수단이라고 분석했다.
채 교수는 "정규직이 아닌 MZ세대의 경우 신용카드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데 자금이 필요할 때 잠깐 빌려 쓰고 나중에 갚는 BNPL은 유용한 결제수단"이라면서 "카드사가 BNPL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당국이 여건을 조성해줘 합의점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의 일종인 분산신원인증(DID) 기술과 카드 산업의 시너지도 주목했다. DID는 지갑이라는 소프트웨어에 개인정보를 담아 상황에 맞는 정보를 취사선택해 제공하는 기술로, 지급결제 계좌와 결합하면 지급결제가 더 편리해지고 신용카드 부정사용까지 방지할 수 있어서다. 채 교수는 "DID가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라 해외에서도 지급결제가 용이해질 것"이라며 "카드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 교수는 카드사 공동 간편결제서비스 '오픈페이'는 카드사가 배타적인 마인드를 내려놓고 고객이 많은 곳이면 진입해 서비스 제공 기회를 모색하는 '플랫폼 전략'을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현대카드 사용자도 KB국민카드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배타적인 생각으로 서비스를 하면 애플페이를 이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테크 기업에 종속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 교수가 유학 갔을 당시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 주소 등 개인정보가 해커 손에 넘어간 상황이었다.
이는 그가 개인정보보호와 정보보호를 연구하면서 경영정보시스템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계기가 됐다.
채 교수는 "이제 정형화된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활용하는 단계인데 지급결제 외에도 다른 데이터와 결합돼 소비 트렌드나 습관 등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싶다"면서 "혁신적인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서비스를 디자인하거나 결제 분야에서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에 도움이 되는 연구결과를 산출해 궁극적으로 기업·소비자에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수립될 방법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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