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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반 만에 5500억원… 기업들 "외화예금보다 달러MMF"

환전 필요없이 달러로 직접 투자
외화 보유기업 중심으로 수요 확대
연5%대 높은 수익률도 장점으로

한달 반 만에 5500억원… 기업들 "외화예금보다 달러MMF"
법인 외화 머니마켓펀드(MMF) 시장이 55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출시 후 한 달 반 만의 성과다. 상품이 나오기 전까지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지만 확장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환매주기가 비교적 길어 기관의 자금 활용도가 떨어지고, 개인 전용 상품이 나오기까지 제약이 많다는 점은 시장 확대에 한계로 꼽힌다.

8월 31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출시된 14개 법인용 달러 MMF 설정액은 모두 5493억원(29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순자산은 5646억원이다.

개별 상품 가운데 순자산 1위는 '한국투자법인용달러MMF(USD)(C-F)'로 928억원이다. 다음으로 '삼성달러표시MMF법인 1(USD)_Cf'가 787억원, 'IBK그랑프리법인용미국달러화MMF 1(USD)종류Cf'가 666억원이다.

운용사별로는 한국투자신탁운용(1553억원)이 제일 많고. IBK자산운용(1118억원)과 삼성자산운용(1025억원)도 1000억원을 넘았다.

외화 MMF는 단일 외국통화로 납입·운용·환매가 가능한 상품이다. 단기채, 기업어음(CP) 등 단기금융 자산에 주로 투자한다. 기존 MMF는 원화로만 운용이 가능했으나 지난해 8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 같은 길이 열렸다.

기업들이 환전을 거치지 않고 달러로 직접 MMF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외화예금의 대항마로 부상한 이유다. 외화를 보유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기업이 수출입 과정에서 발생·보유하는 단기 외화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하루만 예치해도 수익을 지급한다"며 "법인 투자자의 선택권이 넓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출시한 지 아직 두 달이 안 된 것을 고려하면 양호한 성장세"라며 "외화 정기예금과 비교해 원하는 시점에 환매할 수 있고, 보통예금 대비론 금리가 높다는 이점이 있다"고 짚었다.

달러 상품이 가시적 성과를 보일 경우 향후 엔화, 유로화, 위안화 등을 기초로 한 상품이 출시될 가능성도 있다.

송명근 삼성자산운용 기관마케팅본부장은 "상품 수익률이 연 5%대로 예금 대비 우수하고, 입출금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일반형 MMF 대상 일반 법인투자가 불어난 것처럼 달러 보유 기업들의 수요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화예금에 비해 경쟁력이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거주자외화예금은 1050억달러, 이 가운데 기업예금은 896억8000만달러에 이른다. 우리 돈으로 118조가 넘는다.
외화 MMF는 환매주기가 요청일로부터 2~3일 혹은 3~4일로 비교적 길다.

향후 개인형 MMF가 나온다고 해도 수요가 받쳐줄 지는 의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법인에 비해 환금성을 중시하는 개인이 환매까지 길게는 4일이 걸리는 상품을 선택할진 회의적”이라며 “아직 법인용의 몸집도 크지 않아 추후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