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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사라지면 인류도 위기… 축산처럼 방역체계 갖춰야" [fn이사람]

한상미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장
부처 5곳 뭉쳐 연구… 484억 투입
지난해 전북 부안 꿀벌 90% 폐사
과학적 근거로 적절한 대응책 마련
양봉산업 키우려면 매뉴얼 있어야

"꿀벌 사라지면 인류도 위기… 축산처럼 방역체계 갖춰야" [fn이사람]
한상미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장
"꿀벌이 줄어들면 인류도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이제는 꿀벌에게도 동물복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그에 맞는 제도와 정책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많은 연구기반 마련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지난 1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난 한상미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장(사진)은 "양봉 연구는 농촌진흥청 단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융복합 학문이어서 올해부터 8년간 5개 부처가 협력해 다부처 공동연구사업에 착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농업생물학을 전공하며 곤충, 식물질병, 미생물 등의 연구를 시작한 한 과장은 곤충병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후전문연구원 시절에는 생명공학과 병리학을 연구했고, 이어 2003년 농진청에 양봉 연구를 위해 발을 디뎠다. 이후 벌 관련 연구는 한 과장의 전문분야가 됐다. 지난해 7월부터 양봉생태과의 업무를 총괄하게 된 한 과장은 "농가의 상황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하고 과학적인 근거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일어난 월동 꿀벌 피해 조사에서도 과학을 근거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 전북 부안 행안면 한 양봉농가에선 꿀벌 90%가 사라지기도 했다. 지난 폐사에서 지목된 꿀벌응애류 방제를 강화했음에도 더 이른 시기에 대량폐사가 일어난 것이다.

이상기후, 등검은말벌 등 갖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민관 합동조사단에 참가한 한 과장은 응애 방제약제인 플루바리네이트 내성이 주요인이었음을 입증해냈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동일약재 활용 방지를 권고하는 지침 마련까지 이끌어냈다. 한 과장은 "잘못된 정보가 국민에게 알려지고, 이로 인해 편협된 정책이 마련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꿀벌 집단폐사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2021년 겨울 78억마리가 사라진 데 이어 지난해 9~11월 사이에만 100억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 올해 초에도 약 140억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 과장이 주력하는 분야 역시 양봉산업 위기의 극복이다. 한 과장은 "현재의 양봉 위기는 오히려 기회"라며 "가내수공업에서 양봉산업으로 전환을 위해 생산 단계부터 사양관리 기준과 매뉴얼, 축산의 범주에서 철저한 질병방역 개념 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농업과학원의 양봉생태과는 우리나라 양봉산업 분야 연구개발(R&D)의 첨병이다. 꿀벌 사육환경 개선을 위한 스마트기술과 화분매개 기능 강화기술 등 연구를 비롯해 현장기술지원과 교육까지 업무범위에 두고 기술 개발부터 파급 단계까지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정부에서도 양봉산업 개발에 적극적이다.
농진청의 주관 아래 산림청, 농림축산검역본부, 환경부, 기상청과 협력해 '꿀벌 보호를 위한 밀원수종 개발 및 생태계 보전' 연구개발 사업에 올해부터 8년간 484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한 과장은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 인해 현안 대응에 그쳤던 부분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양봉의 기초기반, 즉 매뉴얼과 기준을 확립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과장은 "유기적 협력으로 목표를 조기 달성하겠다"며 "꿀벌을 보호하고 양성하는 이 모든 어려운 일들을 우리 양봉농가가 대신하고 있었다는 점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