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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대본 쓴 강풀 "이야기꾼이라면 만화든 영상이든 상관없어"

8년 전 직접 연재한 웹툰 '무빙'
디즈니+에서 드라마로 제작
첫주 최다시청 기록하며 입소문
"초능력자들 나와 치고받지만 좋은 사람들이 이기는 이야기"

'무빙' 대본 쓴 강풀 "이야기꾼이라면 만화든 영상이든 상관없어"
웹툰 작가 강풀은 자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의 대본을 직접 썼다.
'무빙' 대본 쓴 강풀 "이야기꾼이라면 만화든 영상이든 상관없어"
초능력을 숨기고 살아가는 '무빙'의 주인공들. 류승룡(위사진 왼쪽)이 연기한 장주원은 무한재생능력자이고, 조인성(아래사진 오른쪽)이 분한 김두식은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무빙' 대본 쓴 강풀 "이야기꾼이라면 만화든 영상이든 상관없어"

"(원작과) 비주얼이 다르더군요. 제 그림으로 어떻게 조인성을 그리겠어요?(웃음) 11화에서 장주원(류승룡 분)이 100대 1로 싸운다고 썼는데 만화였음 그렇게 못했죠."

'웹툰계 시조새'로 통하는 강풀 작가(49)가 디즈니+의 500억원대 대작 '무빙'을 통해 드라마 작가로 데뷔했다. 앞서 '순정만화' '아파트'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26년' '이웃사람' 등 원작만화가 영상화됐다. '무빙'은 한국을 비롯한 디즈니+ 아태지역에서 공개 첫주 최다 시청 시리즈에 오르며 인기몰이 중이다. 포브스는 "호소력 짙은 감정적 서사를 지닌 이야기"라고 평했고, 버라이어티는 "'오징어 게임'에 이어 아시아에서 탄생한 히트작"이라고 극찬했다.

"치고받는 이야기나 결국은 멜로"


동명 웹툰이 원작인 한국형 히어로물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자식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 지난 2년 오직 '무빙' 작업에 뼈와 영혼을 갈아 넣었다는 강 작가는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기사 검색에 여념이 없다. 강풀은 최근 인터뷰에서 "글로벌 반응이 좋아서 신난다"면서 "원래 휴대폰과 안친한 사람인데 아침마다 기사를 검색한다. 매주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작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기분이 이상하다. 좋아해야 하나? 현재로선 기분이 아주 좋다"며 웃었다. 디즈니+는 '무빙'을 1~7화를 동시 공개한 뒤 매주 수요일 2편씩 방송한다.

'무빙'은 초능력자들의 수위 높은 액션신이 있어 19세 관람가로 분류됐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남녀·부모 자식 간 멜로드라마다. 이는 무한재생능력자 장주원이 아내 지희(곽선영 분)와 연애시절 나눈 대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무협지 좋아 하나 봐요? 저거 싸우는 이야기죠?"라는 지희의 물음에 주원은 "아뇨. 무협지는 결국 다 멜로예요. 좋은 사람이 이기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며 끝나요"라고 답한다.

"무협작가 김용 빠(골수팬)였다"고 밝힌 강풀은 "저 역시 무협소설 속 멜로가 정말 재밌더라"며 "인구에 회자되고 명작으로 남는 것은 결국 멜로구나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무빙도 초능력물인 멜로라고 생각하고 썼습니다. 누구와 치고받고 싸우나 결국은 내 주변 사람들, 가족과 연인을 지키는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무빙'은 원래 12~16부작으로 기획됐다. 그러다 강풀이 직접 집필에 나서면서 20화로 늘어났다. 그는 "내겐 인물 서사가 중요했기 때문에 20부작을 고집했다"며 '무빙'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 애정이 간다고 했다.

"때로는 (스토리 전개를 위해 캐릭터를) 기능적으로 써야 하는데, 전 모든 캐릭터에 애정이 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다 보여주려고 하니까 (드라마 전개가) 느린 느낌이 있죠. 그게 독이 될 수도 있지만 제가 포기가 안되더라고요."

평소 영화팬이라 성인 연기자 캐스팅에는 의견을 많이 냈다는 그는 원작에 없던 류승범이 연기한 프랭크와 차태현의 전계도 배역에도 애정을 보였다.

'무빙' 전반에 흐르는 순박한 정서에 대해서는 "세상이 너무 각박한데, 저는 여전히 성선설을 믿는다"고 답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목사셨다. 어릴 적 가정환경의 영향인데, '사람은 선하다'고 믿고, 그렇게 믿고 싶다"고 말했다.

"성경에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씀이 있어요. 좋아하는 말씀인데요. 저 역시 다른 사람들과 한발짝씩 나아가는 게 좋습니다. 아직은 재미있는 작품을 추구하면서 작품에 의미까지 담진 못하지만, 기본적으로 착한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여러 제안, 모든 가능성 열어둬"


최근 'D.P'의 김보통, '지옥'의 최규석 등 만화가들이 드라마 작가로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강풀은 "2년 전만 해도 만화계로 돌아가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평생 마감에 시달리며 하고 싶은 거 못하고 포기할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상상력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작업했습니다. 감독·배우·제작진이 내 상상을 구현해줄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생겼죠."

자본의 힘도 체감했다는 그는 "(보통 드라마작가와 달리) 현장에 정말 많이 놀러갔다"고 했다. "내가 한줄 쓴 대사와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100명이 넘는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글쓰는 자세가 달라졌고, 책임감도 많이 생겼습니다. 영상기술의 발전으로 과거 만화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 이야기가 다 가능해진 것 같습니다."

오는 20일 마지막 3편이 동시 공개되면 대장정의 막이 내린다.
그는 종영하면 한 두세달 그토록 원하던 안식년을 가질 예정이다. "제 글쓰는 원칙이 하루에 무조건 4쪽을 쓰는 거였어요. 이번에는 정말 아무 것도 안하고 쉴 생각입니다. 여러 제안이 있는데, 과거와 달리 이야기꾼이라면 만화건 영상이건 무슨 차이가 있을까?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있습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