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낭만, 자연이 있는 그곳 태국 끄라비 3화
8000원의 행복, 터미널21 푸드 코트
초대형 좌불상 '왓 빡남 파씨 짜런'
방콕 최고의 야경 '왓 아룬' 보며 칵테일까지
[파이낸셜뉴스]
방콕 짜오프라야강 너머로 조명이 들어온 '왓 아룬(새벽 사원)'의 야경이 아름답다. /사진=이환주 기자
방콕의 초대형 쇼핑몰인 아이콘시암 지하에 있는 '숙시암'의 한 가게.
불교 사원인 '왓 빡남 파씨 짜런'에 있는 초대형 좌불상.
왓 빡남 파씨 짜런 상층부에 있는 녹색정원.
당초 끄라비 3박, 방콕 3박으로 여행 계획을 세웠다. 그렇지만 태풍으로 인한 첫날 비행기 연착으로 1박은 경유지인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노숙을 해야 했다. 끄라비에서는 결국 이틀 밖에 시간이 없었다. 다시 한번 꼭 가고 싶었던 에메랄드 풀, 라일레이 비치 섬 투어는 세 번째 끄라비를 찾게 될 미래의 나에게 맡겨두기로 했다.
여행 4일째 새벽, 오전 8시 방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택시를 타고 끄라비 공항으로 향했다. 작은 공항, 작은 비행기라 걸어서 직접 비행기에 올라탔다. 1시간이 조금 더 걸려 돈무앙 공항에 도착했다. 몇 천원 정도를 아끼기 위해 전처럼 시내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탈 수도 있었지만 시간도 아낄 겸 택시를 타기로 했다. 공항에서 공식적으로 잡아주는 택시 승강장에 도달하기 전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이 다가왔다. 보통 낯선 공항에 떨어지면 불안한 마음에 따라가기 쉽다. 돈무앙 공항에서 방콕 시내 중심부까지는 비싸도 500밧(2만원) 정도면 충분한데도 그는 800밧(3만2000원)을 불렀다. 무시하고 지나가자 "600밧"을 외치는 소리가 뒤통수 너머로 들려왔다.
돈무앙 공항에서 그랩을 불러도 보통 요금 250~300밧 정도에 고속도로 이용료와 톨비 요금을 합치면 400~500밧이 나온다. 공항에서 잡아준 택시 기사님은 친절했고, 영어도 잘 하셨는데 미터기에 찍힌 그대로 요금을 청구했다. 400밧 중반 정도였는데 500밧을 내고 거스름돈은 받지 않았다. 방콕에서 잡은 첫 호텔은 BTS(지하철) 나나역과 아속역 사이에 있는 '앰배서더 호텔 방콕'으로 1박 숙박료는 5만원 선이었다.
쇼핑몰 터미널21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주문한 코코넛 아이스크림. 가격은 한국돈 1000원 정도다.
■8000원에 배터지는 푸드코트 '티어21'
숙소에 짐을 풀고 헬스장과 수영장을 둘러 본 뒤에 혼밥을 하기 위해 아속역 근처에 있는 쇼핑몰인 '터미널21'로 발검음을 옮겼다. 파타야에도 있는 터미널21에는 '티어21'이라는 푸드 코트가 있는데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여행자에게는 최고의 장소다.
카드에 200밧(8000원) 정도를 충전하고 태국식 돼지고기 덮밥과 국물이 있는 면 요리를 하나씩 시켰다. 가격은 각각 2000원, 1500원 정도였다. 두 그릇을 해치우고 800원짜리(20밧) 생망고 주스를 마셨다. 욕심 같아서는 코코넛 아이스크림도 때려넣고 싶었으나 배가 불러 포기하기로 했다.
호텔로 돌아와서 잠시 쉬며 방콕에서의 여행 계획을 세우기 위해 유튜브 등을 검색해봤다. 한국에서 다 끝내지 못한 외부 업무도 있어 침대에서 노트북을 켜고 시간을 보내다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잠에서 깬 뒤에는 구글맵에 검색해 평점이 좋은 마사지 샾으로 향했다. 처음 찾은 곳은 아속역과 나나역 사이 한인 타운에 있는 곳이었지만 대기가 너무 길어 인근에 있는 다른 가게로 발걸음을 돌렸다. 두 번째 찾은 곳에서도 40분 가량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너무 더웠기 때문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350밧(1만4000원)에 타이마사지 1시간 코스를 받기로 했다. 방콕의 마사지 요금은 저렴한 곳은 150밧에서 200밧, 비싼 곳은 1000밧이 넘어 가기도 한다.
마사지사 분은 20대 초반의 작은 여성분이셨는데 손 힘이 약해서 그리 시원하지는 않았다. 보통 마사지를 받으면 마사지 비용의 10~20% 정도를 팁으로 주는데 한동안 고민을 하다 100밧(4000원)을 팁으로 따로 건넸다. 별로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여행자로서 내게 100밧은 있으나 없으나 큰 차이가 없지만 그에게는 나름 쓸모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계산을 치루고 내가 가게를 나갈 때까지 여러번 두 손을 모으고 "컵쿤카(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수년 전 베트남 나트랑의 허름한 호텔에서 공항으로 가기 위한 택시를 기다리는데 직원 한 명이 우리 가족에게 베트남식 떡을 선물로 줬던 기억이 있다.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 택시비를 제외하고 남은 베트남 돈(한국 돈 몇만원 정도)을 그 직원에게 건넸는데 그 직원의 표정이 너무나 밝게 변하며 고마워했었다. '위선' 혹은 '오지랖' 일수도 있지만 그 직원의 하루도 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공항으로 가는 우리 가족의 기분 역시 좋았다.
점심에 이어 저녁도 혼밥을 하러 터미널21의 티어21로 향했다. 점심에 먹은 메뉴와 겹치지 않게 2종류를 시키고, 과일 주스를 디저트로 먹었다. 배를 채우고 호텔 근처에 있는 펍에서 간단하게 맥주를 한 잔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방콕 일정에 돌입하기 위해 한국에서 싸가지고 온 업무를 마무리 하고 잠에 들었다.
아이콘시암 지하에 있는 푸드 코트 '숙시암'의 모습.
아이콘시암 상층에 있는 야외 테라스.
아이콘시암 내에 입점한 팟타이와 오렌지주스로 유명한 '팁싸마이' 식당.
■끄라비에서 방콕까지 이어진 인연
끄라비에서 정글뷰 카페(쿠언놈싸우)를 함께 가고, 카야킹을 즐겼던 현지 친구 보우와 우연의 일치로 방콕 일정이 겹쳐 둘 째날부터 동행을 하기로 했다. 즐겨보는 여행 유튜버 채널에서 현지에서 친구를 사귀고, 여행 일정을 함께 하는 것을 여러번 보면서 대리만족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내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엄격한 무신론자이지만 '끄라비'의 신이 있다면 발가락에라도 뽀뽀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점심 전에 보우와 접선해, 첫 목적지인 '아이콘시암'이라는 초대형 쇼핑몰(아시아 최대)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아속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크룽 톤부리역까지 간 뒤에 신설 노선인 골드라인으로 환승했다. 골드라인을 타고 한 정거장 뒤인 짜른나컨 역에 내리자 아이콘시암으로 바로 연결됐다. 골드라인 신설 전에는 지하철 사판탁신역 1번 출구에서 무료 보트를 이용해야 했는데 옵션이 하나 추가된 것이다. 골드라인은 몇 백원의 추가 요금이 있다. 시간은 무료보트를 타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아이콘시암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쇼핑몰 지하에 있는 '숙시암'으로 향했다. 숙시암은 방콕에 있는 여러 야시장의 맛집들을 쇼핑몰 안으로 통째로 옮긴 공간이다. 길거리 음식보다 가격이 조금 비싸긴 하지만 대형 쇼핑몰에서 훨씬 더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 사람들이 가득한 숙시암 가게들을 지나쳐가며 한 바퀴 돈 뒤에 메뉴를 정하기로 했는데, 한 바퀴 둘러보는데도 꽤나 긴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닭꼬치와 돼지고기 꼬치를 하나씩 먹고 족발덮밥, 태국식 볶음면 등을 골라 자리에 앉았다. 밥을 먹는 동안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의 노래도 들을 수 있었다.
첫날 갔던 터미널21의 푸드코트 티어21이 그냥 커피라면 아이콘시암의 숙시암은 TOP에 시럽과 휘핑크림 가득 올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듯 싶다.
디저트는 태국식 빙수 전문점 '팡차'에서 타이티 빙수를 먹기로 했다. 팡차는 미쉐린 가이드에 여러번 등재된 곳으로 현지인은 물론 외국인도 자주 찾는다고 한다. 밀크티 맛이 나는 타이티에 버블티에 들어가는 펄과 개구리 알 모양의 젤리, 그리고 빙수 밑에 빵이 들어가 있어 다양한 맛과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가격은 좀 나갔지만, 혼자라면 절대 오지 않았을 디저트 가게를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었다. 디저트를 먹고 아이콘시암 꼭대기 층에 있는 야외 테라스에서 방콕의 리버뷰를 감상했다. 보통 꼭대기 층에 연결된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마시며 보기도 한다는데, 스타벅스를 가지 않아도 외부로 연결된 야외 테라스에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쇼핑몰 한 곳에서는 방콕의 지하철과 이름이 같은 한국 최고의 그룹, BTS의 특별 전시도 진행되고 있었다.
불교 사원 '왓 빡남 파씨 짜런'에 있는 초대형 좌불상.
'왓 빡남 파씨 짜런'의 건축물.
'왓 빡남 파씨 짜런' 건축물 내부 모습.
■초대형 좌불상, 왓 빡남 파씨 짜런
아이콘시암에서 그랩을 불러 초대형 좌불상을 볼 수 있다는 '왓 빡남 파씨 짜런'으로 향했다. 왓 빡남은 대불탑과 아름다운 녹색 하늘 정원이 유명한 불교 사찰로 코로나19 이후에 유명해졌다고 한다.
사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높이 69미터의 초대형 금빛 좌불상이다. 초대형 좌불상을 스마트폰의 액정에 담기 위해 아무리 뒤로 걸어가도 부족할 정도로 거대했다. 렌즈를 광각으로 설정하고서야 초대형 좌불상과 함께 인증샷을 찍을 수 있었다. 좌불상을 한참 밑에서 고개를 들고 올려다 보면 인자한 부처의 눈이 정면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좌불상을 정면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부처는 아래에 있는 중생들을 인자하게 내려다 보고 있는 모습이다.
불상을 지나 불상 뒤에 있는 흰 첨탑으로 올라갔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계단을 올랐다. 겉에서 볼 때는 평범한 흰색 탑이었는데 안으로 들어가자 웬만한 박물관보다 많은 소장품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금빛 불상, 도자기, 수많은 문화재들이 빼곡하게 전시돼 있었다.
하이라이트는 탑의 정상부에 있는 녹색 하늘 정원이었다. 흰색 탑을 축소해 조형해 놓은 옥색 탑이 중앙에 놓여 있고, 탑 위의 천장에는 영롱한 초록빛의 우주가 펼쳐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하늘 정원의 영롱한 초록빛을 오랜 동안 감상했다.
해가 지기 전 짜오프라야 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왓 아룬'
석양 무렵 짜오프라야 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왓 아룬'
해가 진 뒤 짜오프라야 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왓 아룬'
차이나타운의 혼잡한 거리 모습.
차이나타운 거리에서 판매하는 팬케이크.
■야경 맛집 '왓아룬', 번잡한 '차이나타운'
해가 지기 전 방콕에서 최고의 야경 뷰를 볼 수 있는 짜오프라야 강 인근으로 향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가게들이 여럿 이름을 바꾼것처럼 보였다. 구글맵에서 검색이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우리가 찾은 바는 '아모로사 바(Amorosa Bar)'라는 곳으로 와이파이의 패스워드가 "wehaverooftopbar(루프탑 바가 있음)"였다. 바의 정면, 강 건너에는 새벽 사원이라고도 불리는 '왓 아룬'이 한 눈에 들어왔다. 바는 지붕이 있는 실내석과 야외석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야외석에 자리를 잡았으나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면서 모두 실내로 대피해야 했다. 빗줄기가 줄어들자 사람들이 다시 야외석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비가 내리자 바에서는 야외석에 있는 손님에게 우산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 '아모로사 바'에서 해가 떨어질 때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왓 아룬 사원의 풍경을 감상했다. 해가 지자 왓아룬 사원을 밝히는 조명이 환하게 들어오면서 말 그대로 오래도록 소장하고 싶은 '인생 사진'들을 여러장 건질 수 있었다.
왓 아룬의 야경을 뒤로 하고 이날의 마지막 목적지인 차이나타운으로 향했다. 차이나타운은 방콕의 어느 곳과 비교해도 가장 많은 사람과, 열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안 그래도 더운 방콕의 날씨가 사람들의 체온으로 인해 1도 정도는 상승 되는 것 같았다.
사람의 파도를 뚫고 보우가 추천해준 로컬 맛집에서 간장 소스를 넣은 비빔국수를 먹고, 길거리에서 몇몇 간식과 음료를 먹었다. 늦은 밤이었음에도 사람들의 열기로 땀이 흐를 정도였다. 바퀴벌레와 전갈 튀김을 파는 가게를 보고 차이나타운을 구경한 뒤에 숙소로 돌아왔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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