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벤처투자액 7.6兆→4.4兆
2021년 16兆 이후 우하향세 뚜렷
벤처캐피탈 신규투자금액 추이 |
(조원) |
기간 |
2015년 |
2016년 |
2017년 |
2018년 |
2019년 |
2020년 |
2021년 |
2022년 |
창투사+LLC |
2.1 |
2.2 |
2.4 |
3.4 |
4.3 |
4.3 |
7.7 |
6.8 |
신기사 |
1 |
1.3 |
1.7 |
2.5 |
3.3 |
3.8 |
8.3 |
5.7 |
합계 |
3.1 |
3.5 |
4.1 |
5.9 |
7.6 |
8.1 |
16 |
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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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여신금융협회, 한국금융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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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벤처투자가 흔들리고 있다. 금리 급등와 자산가치 붕괴에 투자자(LP)들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영향이다. '싼 가격에 사서 비싼 가격에 판다'가 자본 시장의 격언이지만, 벤처캐피탈(VC)로선 '버블'의 상황이 자금 유치에 유리하다. '버블'이 빠져나간 현재 '경기침체가 혁신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대형 기금, 대체투자 동력 무뎌져
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벤처투자액은 2022년 7조6442억원에서 2023년 4조4447억원으로 41.9% 줄었다.
이 기간 모태펀드의 벤처펀드 출자금액(2337억원)은 지난해 상반기(3565억원)보다 34.4% 줄었고, 이를 포함한 전체 정책 금융 출자금액(6620억원)도 1년 전(1조803억원)보다 38.7% 감소했다. 민간부문 출자액도 상반기 기준 2022년 7조6158억원에서 2023년 3조9297억원으로 48.4% 줄었다.
중소벤처기업부, 여신금융협회,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창업투자회사, 유한책임회사(LLC),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등 VC의 신규투자금액은 2015년 3조1000억원에서 2021년 16조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2022년 12조5000억원으로, 올해는 10조원 붕괴가 유력한 상황이다.
오지열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코로나19 이후 고용보험기금, 주택경기 급랭 후 주택도시기금 등 대체자산에 대한 다변화를 추구하던 상당수 대형 기금이 여유자금 급감과 더불어 대체자산에 대한 투자 동력이 상당히 무뎌진 상황"이라며 "VC로선 캐피탈콜(Capital call·수시납입)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초기 투자단계에서 과감한 혁신 드라이브를 걸기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스타트업들의 혁신의 질과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VC에 대한 LP(투자자)들의 안정적인 자본 공급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국내 상당수 대형 연기금들의 재무건전성도 경기에 매우 민감하다. VC의 경기민감도를 떨어뜨리기 어렵게 하고 있다"며 "더욱 안정적으로 중장기 여유자금 추이를 기대할 수 있는 사회보장성 기금 및 일부 사업성 기금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금의 자산 다변화와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벤처투자 시장의 어려움은 카카오 계열사 중 가장 큰 영업손실(1406억원)을 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조직 개편 등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왓챠, 패스트파이브도 올해 상반기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 바 있다.
다만 최근 투자가 회복세지만 중대형 투자는 사라진 상태다.
스타트업 민관 협력 네트워크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7월 국내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133건, 투자금은 6878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에 견줘 투자 건수는 11건(7.6%), 투자금은 1523억 원(18.1%) 줄었다. 다만 직전 달인 지난 6월보다는 투자 건수와 투자금이 각각 17건(14.7%), 3507억 원(104.0%) 늘었다.
7월 5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2400억원), 전기차 충전 플랫폼 ‘에버온’(500억원)에 불과했다. 2021년 7월의 경우 야놀자(2조원), 컬리(2254억원), 테라폼랩스(1700억원) 등이 있었다.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 해법될까
정부는 벤처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투자하는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를 오는 2027년까지 2조원 규모로 조성키로 했다. 이 펀드는 딥테크, 글로벌 진출, 회수(세컨더리) 등 세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 민간 참여를 늘릴 인센티브를 위해 중기부는 금융권, 벤처기업, 대기업, 연기금 등의 민간 출자를 유도할 방침이다.
또 중기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모태조합(모태펀드) 출자예산으로 올해보다 44.8% 늘어난 4540억원을 편성했다. 모태펀드 출자예산은 2020년 1조원 배정 이후 올해까지 3년 연속 감소해 3135억원까지 줄었다. 이를 통해 벤처투자 규모를 2022년 12조5000억원에서 2027년 14조20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 펀드를 내년까지 10조원으로 확대한다. 현재 정부는 미국, 유럽, 동남아 지역에서 57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국가와 협업으로 현재 9조원 가량이 확보됐다. 내년에 1조원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민간에서 해법 제시도 있었다. 김진하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023 M&A 컨퍼런스'에서 M&A 관련 법, 규약 등 제약에 대해선 과감하게 풀어줄 것을 주문했다. M&A 관련 어드바이저리에 대한 비용 지불, 소통 확대가 중소벤처기업 M&A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김 대표는 "IPO(기업공개), M&A를 통한 회수는 각각 3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M&A펀드에 대한 신주 투자의무(일반 벤처펀드 40% 이상) 폐지, 상장법인 투자 제한을 일반 벤처펀드(현 20% 이내)보다 대폭 완화, 투자목적회사를 통한 벤처펀드의 차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M&A펀드가 투자목적회사 설립 시 피인수기업 임원, 대주주 등의 지분참여가 가능하도록 추진한다. M&A 펀드에 대한 '벤처투자법' 규제 개선을 통해서다.
다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LP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을 정부가 빠르게 진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봤다.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에서 LP들은 투자금이 제때 회수되지 못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투자 지분을 담보로 긴급하게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대책이 불안감을 낮춰주는데 주효할 것이라는 제안이다.
또 새마을금고중앙회와 같은 대형 기관이 경영혁신자문위원회를 통해 진단 및 리스크(위험) 개선에 주력하고 묶여있는 상황도 어려움으로 봤다.
IB업계 관계자는 "적극적인 투자를 해왔던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일련의 사태로 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은 이런 환경을 다 지켜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와 산업 혁신을 위한 벤처투자도 이런 환경에선 뿌리내리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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