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망 무임승차 해소 시급"
韓-유럽 통신업계 한 목소리
"유럽에서는 통신사들이 연간 550억 유로(약 78조7044억원)를 투자 중이다. 초거대 기술기업(빅테크)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170억 유로(약 24조3268억원)를 자체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구축에 투자하고,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10억 유로(약 1조4309억원) 정도다. 빅테크의 투자는 대부분 자신들의 클라우드 등에 투자하는 것이지,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망무임승차 방지법 제정을 촉구 중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가 다시 한번 망 인프라 투자에 대한 공정한 분담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인프라 구축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는 빅테크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한 공정 기여로 콘텐츠 제작비 증가, 소비자 등으로 비용 전가 등의 우려에 대해서도 "독점적 시장 지위를 활용해 이용자를 볼모로 한 (빅테크 측의) 매우 부적절한 언급"이라고 지적했다.
리사 퍼 ETNO 사무총장과 이상학 KTOA 부회장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KTOA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리사 퍼 사무총장은 "현재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50% 정도가 소수 빅테크, 대규모 트래픽 유발 사업자(LTG)에 의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온라인 상에서 창출된 가치를 대부분 향유하고 있는 건 망에 투자한 통신사가 아닌 LTG"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인프라 투자에 대한 공정한 기여 또는 분담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는 망에 대한 빅테크의 공정한 기여를 골자로 하는 법안 제정에 돌입한 상태다. 리사 퍼 사무총장은 "EC에서 초안이 나오길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의견 청취에서도 공정한 기여 뿐만아니라 통신산업 미래 전반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한국만 해도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15배의 이용자당 데이터 비용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한국과 가장 비슷한 상황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는 지역이 유럽이기 때문에 올해부터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협회는 빅테크의 직접적인 지불(사업자간 개별 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 협상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망무임승차 방지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리사 퍼 사무총장은 "망중립성이라는 원칙을 지키면서 불균형을 바꿔야 한다"며 "최소한 사업자끼리 협상할 수 있도록 하고, 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시 중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부회장 또한 "법안이 만들어진다면 강력한 페널티 조항 등이 준비될 것이기 때문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빅테크 측에서 제기하고 있는 주장에 대한 반박도 이어갔다. 리사 퍼 사무총장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최종 이용자의 데이터·콘텐츠 비용을 받고 있다"며 "공정한 기여로 이용자 가격이 오르거나 CP 수익이 낮아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도 "반대 주장을 펴는 일부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가져가는 수익과 망이용대가 비용을 계산하면 수익에 비해 비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공정한 기여가 이뤄질 시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리사 퍼 사무총장은 "이런 모델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책임성과 투명성"이라며 "재원이 실제 네트워크 인프라 강화로 쓰여지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모델이 적용된다면 네트워크가 개선돼 이용자는 더 빠르고 저렴한 네트워크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리사 퍼 사무총장은 "EC에서 '디지털 디케이드 2023' 달성을 위해선 2000억 유로(약 286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며 "빅테크의 공정기여가 이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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