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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에 멍드는 한국 증시… 올해 불법공매도 70%가 외국인 [여전한 불법공매도]

수년간 위반 대다수가 외인 투자자
첫 과징금 조치 금투사도 외국계
당국, 외국계 증권사 소집해 경고
"대차거래 전산화 의무 우선돼야"

외인에 멍드는 한국 증시… 올해 불법공매도 70%가 외국인 [여전한 불법공매도]
국내 주식시장이 불법 공매도를 저지르는 외국인들로 멍들고 있다. 공매도규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투자자 가운데 대다수가 외국인으로, 공매도 시장이 외국인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대차거래 전산화를 의무로 둬 불법 공매도를 근절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공매도 위반자 대부분은 외국인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로 과징금이나 과태료 조치를 내린 위반자는 27명이다. 이 중 외국인이 19명으로 전체의 70%에 달한다.

불법 공매도 위반자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높았던 적은 올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28명 중 25명(89%)이 외국인이었다. 앞선 2020년에는 4명 모두, 2021년에도 14명 모두가 외국인이었다. 불법 공매도를 저지른 사람이 외국인밖에 없었던 셈이다.

올해 3월 불법 공매도로 처음 과징금 조치를 받은 금융투자회사 역시 외국계였다. 당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ESK자산운용에 38억7000만원, UBS AG에 21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처음으로 부과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해 각각 보유하지 않은 에코프로에이치엔, SK 주식에 대해 매도주문을 낸 사실이 적발됐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은 외국인의 불법행위를 저지하지 못하는 이유로 지적돼왔다. 그동안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제재는 과태료에 그쳤다. 특히 건당 과태료 6000만원을 기준으로, 가중이나 감경을 해오다 보니 대부분 처벌이 수천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국내 공매도 시장 자체가 외국인의 전유물이라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외국인 비중이 큰 영향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거래량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73.19%에 이른다. 개인 비중은 1.6%로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코스닥시장 역시 외국인 비중은 65.31%에 달하는 데 비해 개인은 1.39%에 불과했다.

■대차거래 전산화 의무로 해야

불법 공매도 위반자가 대부분 외국인이다 보니 당국도 외국인을 조준해 감시 강화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 7일 금융감독원은 김정태 부원장보 주재로 23개 외국계 증권사, 금융투자협회와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공매도와 관련한 위반행위를 영업관행이나 실무 한계로 치부하는 분위기를 두고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국인 봐주기' 논란이 일었던 과거와는 달리 불법 공매도로 적발된 기관 명단을 공개하는 등 제재 수위도 높이고 있다. 그동안 위반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던 당국은 올해 2월부터 공매도규정 위반자 명단을 공표하고 있다.

당국이 불법 공매도에 연일 철퇴를 내리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결국 '대차거래 계약 전산화'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매도 계약은 주식 차입계약→공매도 거래→차입 주식 입고→결제 순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주식을 빌리는 과정이 수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무차입 공매도가 일어나기 쉽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식 대차거래의 전산화를 촉진하고, 대차거래 전용플랫폼에서의 계약체결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은 수기로 이뤄지다 보니 오류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대차거래 전산화는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