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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커진 ETN ‘양극화’… 70%는 하루 거래 1만도 안된다

13조 시장 불구 ‘곱버스’에만 편중
상위 3개가 전체 거래량 69% 차지
상품 다양성 확보에도 활기 못 찾아

몸집 커진 ETN ‘양극화’… 70%는 하루 거래 1만도 안된다
국내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이 13조원대로 성장했지만 곱버스(2배 인버스) 상품 등에 치중된 거래 행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 증권사가 두 자릿수로 늘어나고 상품군도 다양해졌으나 70% 이상이 하루 거래량 1만을 밑돌며 시장은 활기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376개 ETN 가운데 최근 1년 간 하루 평균 거래량(7일 기준)이 1만 미만인 상품은 264개로 집계됐다. 전체 70.20%에 해당한다. 특히 100 미만인 경우는 59개로, 비율로 따지면 15.69%에 이른다. 전년 같은 기간(257개 중 25개·9.73%)과 비교해 대폭 증가한 수치다.

'1만 이상~10만 미만'에 놓여있는 상품의 비중도 같은 기간 25.67%(66개)에서 21.28%(80개)로 4%포인트 넘게 축소됐다. 반대로 하루 평균 거래량 100만 이상 상품 비율은 이때 1.95%(5개)에서 2.13%(8개)로 소폭 증가했다. 이마저도 전부 레버리지나 2배 인버스였다.

무엇보다 상위 3개인 삼성과 신한의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삼성 인버스 2X 코스닥150 선물' 합산 하루 평균 거래량이 4000만2336으로, 전체(5807만230)의 68.89%를 채웠다. 결과적으로 거래량 기준 하위 상품들은 활기를 잃은 동시에 특정 유형 쏠림 현상만 가중된 셈이다.

시장 덩치는 상당 폭 불어났다. 지난 7일 기준 합계 지표가치총액은 13조3358억원으로, 1년 전(7조7757억원)보다 71.51%(5조5601억원) 증가했다.

상품 다양성도 확보됐다. 증권사들이 속속 발을 담그고, 경쟁적으로 상품을 출시하면서다. 2014년 삼성·신한·한국·미래에셋·NH·KB증권 등 6개사로 시작했으나 대신·하나금융투자·메리츠증권이 추가로 뛰어들었고, 지난해 4월 입성한 키움증권까지 총 10개가 맞춰졌다.

이 과정에서 상품 투자 대상이 금, 은, 원유, 천연가스, 구리 등 원자재 선물을 넘어 국채, CD금리, 버퍼, 중국 증시 대표지수(CSI), 탄소중립, 폐기물처리 등으로 확대됐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유로 등 지역별로도 범위가 넓어졌다.

하지만 원유나 천연가스 상품이 사실상 전체 시장을 견인하고 있고, 야심차게 등장한 양매도, 탄소중립과 같은 테마 상품은 하루에 100 거래도 이뤄지지 않는 등 투자자 시선에서 비껴서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 규모는 커졌으나 몇몇 유형에 편중돼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원자재 가격이 널뛰는 경우가 많은 데다 인버스 상품에 수요가 몰리는 등 불안정한 장세에 대비하기 위한 헤지 수단으로 활용되는 데 그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여전히 투기 상품이라는 인식, 퇴직연금 자금을 흡수할 수 없는 점도 넘어야 할 고비다. 펀드로 분류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달리, 파생결합증권인 ETN은 만기에 원금 대비 손실이 40% 넘는 상품에는 퇴직연금으로 투자할 수 없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