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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가능할까" 두산에너빌리티 '10년 역작' 가스터빈 국산화 감동스토리

두산에너 '가스터빈 국산화' 스토리 화제
짧은 동영상이 업계, 미래 공학도들에 감동
대형 가스터빈 기술 보유는 세계 다섯번째
부품 4만여개, 제조 기술력 축적돼야 가능
"테스트하다 연소기 홀라당 태워먹은 적도"
올 7월 김포열병합발전소 첫 상용화 성공
초대형 고출력 380㎿로 개발 신화 이어가


"이게 가능할까" 두산에너빌리티 '10년 역작' 가스터빈 국산화 감동스토리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 다섯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을 독자 개발하고 올 7월 상업운전에 성공했다. 사진은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공장에서 최종 조립 중인 대한민국 1호 가스터빈 모습.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파이낸셜뉴스] "모든 엔지니어들의 꿈 가스터빈 개발, 이게 가능할까".

세계 다섯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을 상용화한 두산에너빌리티의 성공 스토리가 화제가 되고 있다. 국산 가스터빈 상용화는 발전용 대형 터빈 기술 자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발부터 상업운전까지 10년, 설계·제조·운전에 참여한 엔지니어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한민국 1호 가스터빈, 10년의 땀과 눈물


18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한민국 1호 가스터빈, 빛을 밝힌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짧은 동영상을 최근 공개하며, 그간 개발에 참여한 현장 엔지니어들의 감동과 소감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현재 조회수는 6만을 넘었다. 이승재 두산에너빌리티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번 영상 콘텐츠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과 공감이 뜨겁다"고 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가스터빈 상용화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일감을 잃어 힘들어했던 두산에너빌리티의 인내와 저력을 보여주는 한편의 드라마"라고 말했다. 또다른 산업계 인사는 "외면받는 제조업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엔지니어들의 가스터빈 국산화 성공 신화가 미래 공학도들에게 희망은 물론,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이게 가능할까" 두산에너빌리티 '10년 역작' 가스터빈 국산화 감동스토리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7월31일 김포열병합발전소(한국서부발전)에서 대한민국 1호 가스터빈(270MW급)의 상업운전에 성공했다. 사진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세계 다섯번째로 국산화한 발전용 가스터빈을 실어 이동하는 모습.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가스터빈 국산화는 상징적인 일이다. 산업계 측면에선 한국 제조업의 축적된 힘을, 국가적으론 미국·독일·일본 등에 이은 세계 다섯번째 가스터빈 독자 제조국에 올랐다는 점에서다. 기업 측면에선 창사 61년,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의 역작으로 평가된다.

'기계공학의 꽃' 가스터빈, 세계 다섯번째 기술 자립

가스터빈은 초내열 합금, 정밀 주조 등 고난도 기술과 정교한 제작이 요구되는 기계기술의 복합체,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린다. 발전기의 심장과 같은 동력기관인 가스터빈은 1500도 이상의 초고온에서 성능을 유지해야 하는 게 핵심 기술이다. 까다롭기가 항공 제트엔진 이상이다. 부품 4만여개, 구성품 1800여종, 무게는 230t에 달한다. 가격도 초고가다. 가스터빈 블레이드(날개) 1개 가격이 3000만원 정도로 준중형차와 맞먹는다. 가스터빈엔 500여개 블레이드가 있다.

가스터빈 국산화까지 10년,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2013년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1조원을 투자, 가스터빈을 국산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스터빈 기술을 가진 이탈리아업체 인수가 무산되면서다. 수십 곳의 산·학·연이 국책과제로 힘을 모았다. 6년 후인 2019년 발전용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3월 제작을 완료했다. 상업운전을 약속한 최종일인 올해 7월31일 김포열병합발전소(한국서부발전)에서 대한민국 1호 가스터빈(270MW급)이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로써 개발부터 상업운전까지 10년의 역작이 완성됐다. 김성현 GT테스트기술팀(가스터빈 계축 및 성능시험 담당) 수석은 "테스트를 하면서 연소기를 홀라당 태워먹은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특히 가스터빈을 발전소에 처음 설치하는 순간은 잊지 못했다. 김동진 TM생산기술팀(가스터빈 구성품 가공·제관·조립 기술담당) 수석은 "회전체와 고정체 간 간격은 단지 0.02mm다. 머리카락 5분의 1 정도의 이 간격을 맞추기 위해 300t이 넘는 제품을 정확하게 갖다 놓는 그 순간까지 긴장했다"고 했다.

이어 240시간 연속 운전에 성공하는 순간, 엔지니어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송영수 TM필드기술팀장(운전 담당)은 "처음 불붙여 점화하는 순간부터 240시간 연속운전까지 그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함께 얼싸안고 좋아했다"고 했다.

"이게 가능할까" 두산에너빌리티 '10년 역작' 가스터빈 국산화 감동스토리
가스터빈은 초내열 합금, 정밀 주조 등 고난도 기술과 정교한 제작이 요구되는 기계기술의 복합체,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린다. 지난해 3월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에서 열린 국산 가스터빈 1호기 제작 완료 기념행사 모습. 경남도 제공


"이게 가능할까" 두산에너빌리티 '10년 역작' 가스터빈 국산화 감동스토리
두산에너빌리티는 1호 가스터빈인 270㎿(대형)급보다 더 큰 출력의 380㎿ 가스터빈을 현재 개발 중이다. 사진은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공장에서 가스터빈 최종조립 작업을 하는 모습.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이정우 GT모델설계팀장(가스터빈 구성품 설계 담당)은 "(글로벌) 고객들이 '한국산(두산) 가스터빈'을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세계에 알린 것"이라고 했다.

세계 첫 400㎿급 수소 전소터빈 개발 신화로


국산화의 힘은 우리 기술로 설계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것을 제조, 해결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김동진 수석은 "(원천기술을 가진 외국업체) 누군가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엔지니어링하고 결과까지 창출할 수 있는 것, 그 핵심기술이 이래서 중요하구나하고 깨달았다"고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호 가스터빈인 270㎿(대형)급보다 더 큰 출력의 가스터빈을 현재 개발 중이다.
김성현 GT테스트기술팀(가스터빈 계측 및 성능시험 담당) 수석은 "이제 1부 능선을 넘었다"며 "270㎿급에서 개발에 만족하지 않고 초대형급인 370㎿, 380㎿로 개발 신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380㎿ 가스터빈은 보령신복합발전소(중부발전, 2026년 6월 준공)에서 한국형 표준 가스복합모델로 실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나아가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400㎿급 수소 전소터빈을 2027년 상용화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