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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SK 울산 'ARC' 1년만 다시 가보니

[르포] SK 울산 'ARC' 1년만 다시 가보니
울산 남구에 위치한 SK 울산 콤플렉스(CLX·복합정유화학단지)폐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ARC). SK지오센트릭 제공
[울산=권준호 기자] 지난 13일 1년 만에 다시 찾은 SK 울산 콤플렉스(CLX·복합정유화학단지) 폐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ARC) 건설현장. 덤프트럭·굴착기 여러 대와 공장 관계자 10여명이 부지런히 땅을 다지고 있었다. 주변에는 큰 돌을 모아놓은 언덕도 다수 눈에 띄었다. 지난해만 해도 땅바닥에 굴러다니던 것들이었다.

비가 온 뒤 방문이라 땅은 질퍽거렸지만 작년보다 확실히 진전된 모습이었다. 이날 전반적인 설명을 맡은 김기현 SK지오센트릭 PM은 “땅을 고르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르면 올해 10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울산 ARC 가동시 매년 500㎖ 생수병 213억개 재활용"
SK 울산 ARC는 세계 최초 폐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다. 전체 부지는 국제 규격 축구장(7350㎡)의 29배, 21만5000㎡에 달한다. 총 투자비용은 1조8000억원으로 영국 플라스틱 에너지·북미 루프인더스트리·미국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 등과도 협력한다. 김 PM은 “울산 ARC가 가동되면 매년 500㎖ 생수병 213억개에 달하는 폐플라스틱 32만t이 재활용될 것”이라며 “2025년 11월 정도를 준공 시기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지오센트릭이 울산 ARC에 적용하는 재활용 방법은 ‘화학적 재활용’이다. 화학적 재활용은 단순히 투명 페트(PET)병을 잘게 쪼개 다시 합치는 물리적 재활용의 한계를 뛰어넘은 기술로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열분해유나 폴리프로필렌(PP) 등 원료로 회수하는 점이 핵심이다. 플라스틱의 오염도, 성상, 색상 등과 상관없이 대부분 재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지오센트릭은 3대 화학적 재활용, ‘열분해’, ‘고순도 PP 추출’, ‘해중합’ 기술 등을 한 곳에 모았다. 열분해는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원료화하는 기술, 고순도 PP 추출은 폐플라스틱을 용매에 녹여 순수 PP를 뽑아내는 기술, PET 해중합은 결합된 고분자를 해체해 원료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김 PM은 “하루 처리하는 폐플라스틱 양은 열분해에서 200t, 고순도 PET 해중합에서 270t, 고순도 PP 추출에서 200t 가량이 될 것”이라며 “화학적 재활용은 반복되는 재활용에도 물성이 그대로 유지되는 고부가 기술”이라고 했다.

원유 대신 열분해유 사용 계획도
SK지오센트릭은 이중에서도 특히 열분해 분야를 눈 여겨 보고 있다. 열분해유에 들어 있는 부산물을 제거해 순도를 높이고 석유화학공정에 원유 대신 투입하기 위해서다. SK지오센트릭은 이를 위해 열분해유 후처리 기술을 독자 개발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에는 실증설비도 갖췄다. 선행연구를 거친 실증설비는 향후 울산ARC 열분해 공장과 함께 지어진다.

현재 예상되는 열분해 공정 수율은 67% 정도다. 폐플라스틱 1㎏을 넣었을 때 열분해유 670g를 얻을 수 있다. 김 PM은 “화학적 재활용 분야에서 수율 67%는 낮은 수치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은 원료가 되는 폐플라스틱도 대부분 확보한 상태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업체명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목표량 대비 90% 정도를 확보했다”며 “(재활용 플라스틱) 연간 생산 물량의 10~20% 정도는 이미 판매 계약도 마쳤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울산ARC는 그동안 원유에 의존하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는 시작점”이라며“ ‘굴뚝 산업’의 대표 상징과도 같았던 화학기업이 쓰레기 문제 해결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창출 모델을 제시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