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닭육수 쌀라면
맛 리뷰는 어렵다. '절대음감'은 있어도 '절대미각'은 없는 것처럼 맛에 대한 감상은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또 맛에 대한 감각은 시각과 후각 등 다른 감각과 연동해 작용해 별도로 평가하기 어렵다. 감기에 걸리면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거나 눈과 코를 막고 먹으면 양파도 사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가장 쉬운 맛 표현은 이미 있는 다른 맛과 새로운 제품의 맛을 비교하는 것이다.
하림이 최근 출시한 '맑은 닭육수 쌀라면'을 먹어봤다. 먹기 전에는 과거 유명했던 맑은 국물 라면인 '꼬꼬면'과 비슷하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달랐다.
라면 경력 30년, 평소에는 눈 대중으로 물 량을 맞추지만 이번에는 정확하게 물 500mL를 맞추고, 정확히 4분30초를 끓였다.
닭이나 돼지뼈 육수(사골) 라면이 그렇듯 텁텁한 국물을 예상했는데 이름 그대로 국물이 굉장히 맑았다. 맛 역시 진한 치킨스톡의 맛보다는 치킨 육수를 베이스로 한 시원하고 감칠맛 진한 해물의 맛도 느껴졌다. 비슷한 국물 맛의 극상 버전이 있다면 예전 지인의 결혼식, 신라호텔에서 먹었던 신선로의 국물 정도가 있을 듯 싶다.
메인 스프는 건조분말이 아닌 액상이었고, 함께 첨가된 건더기 스프에는 새우살과, 표고버섯 등이 기존 라면과 비교해 훨씬 풍성하게 들어가 있었다. 실제 닭고기 살을 제외하면 제품 봉지 사진과 거의 흡사했다.
면은 기존의 유탕처리 면이 아닌 쌀을 사용한 면으로 밀가루 면처럼 쉽게 불지 않고, 쌀국수면 특유의 탱글한 식감이 강했다. 닭육수 쌀라면의 재료는 우리 농산물인 '가루쌀'이다.
쌀을 빻아 가루로 만든 것이 아닌 일반 쌀보다 라면 제조에 용이한 '가루쌀'이라는 새 품종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하는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된 제품이라는데 상상 외로 맛있는 제품이 나와 버렸다,는 느낌이다.
기자는 언제나 '얼큰파'이지만 닭육수 쌀라면 만큼은 얼큰맛 보다 기본 맛을 더 추천한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