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장비 18.6% 줄어든 874억달러 예상
원익IPS·케이씨텍·테크윙·제너셈 등 역성장
반면 파크시스템스·HPSP·유니테스트 호실적
이 중 HPSP '꿈의 이익률' 50% 돌파 하기도
반도체 공정 3㎚ 이하 장비 수요 계속 이어져
원자현미경을 적용한 파크시스템스 반도체 측정장비. 파크시스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투자가 감소하면서 반도체 장비기업 상당수가 올해 들어 실적 역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실제로 원익IPS와 케이씨텍, 테스, 피에스케이, 테크윙, 이오테크닉스, 제너셈 등이 올해 2·4분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이 중 원익IPS는 적자로 전환하기도 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큰 폭으로 실적을 개선한 사례도 있다. 파크시스템스와 에이치피에스피, 유니테스트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업체는 반도체 투자 감소에도 불구하고 3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미세회로 공정용 장비 등에 주력, 불황을 뚫고 실적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반도체 장비 매출액 18.6% 감소
19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장비 매출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전년 1074억달러와 비교해 18.6% 줄어든 874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장비에 주력하는 국내 업체들이 잇달아 전년 동기보다 줄어든 실적을 내놓는 가운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업체들도 있다.
파크시스템스가 대표적이다. 파크시스템스가 올해 2·4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액이 전년 동기 165억원보다 139% 늘어난 39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7352% 증가한 101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26%에 달했다.
파크시스템스는 사물을 나노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원자현미경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광학현미경과 전자현미경 배율은 각각 수천배와 수십만배인데 반해, 원자현미경은 수천만배 수준이다. 이로 인해 원자현미경은 최근 반도체 회로선폭이 3나노미터 이하로 미세화하면서 국내외 유수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 도입이 활발히 이뤄진다.
파크시스템스 관계자는 "반도체 회로선폭이 최근 3나노미터 이하로 미세해지면서 불량에 대한 이슈가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이럴 때 원자현미경을 적용하면 불량이 어디서 어떻게 발생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3나노 이하 미세회로 공정장비 '쑥쑥'
에이치피에스피 역시 3나노미터 이하 미세회로 공정용 반도체 장비로 수혜를 보는 업체다.
에이치피에스피는 2·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308억원보다 55% 늘어난 479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6억원에서 266억원으로 60%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률 55%를 기록하면서 제조업에서 '꿈의 이익률'로 불리는 50%를 넘어섰다.
에이치피에스피는 반도체 웨이퍼(원판) 위를 고압으로 열처리하는 어닐링 장비에 주력한다. 고압 열처리를 위한 수소 어닐링 독자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나노미터 이하 미세회로 공정에 고압 어닐링 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에이치피에스피는 전 세계 고압 어닐링 장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반도체 검사장비 분야에서는 유니테스트 실적 회복이 눈에 띈다. 유니테스트는 같은 기간 매출액이 188억원에서 763억원으로 306%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2·4분기 72억원 영업손실을 봤던 유니테스트는 올해 65억원 영업이익을 보면서 흑자로 전환했다.
유니테스트는 검사장비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한 사례다. 해외 유수 검사장비 업체들이 메인테스터에 주력하는 반면, 유니테스트는 '번인테스터'에 주력했다. 번인테스터는 고온과 저온을 반복하는 등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반도체 불량품을 가려내는 기능을 한다.
통상 반도체 공장에 메인테스터 한 대가 들어가면 번인테스터는 10대 이상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회로선폭이 최근 3나노미터 이하로 진화하면서 이전까지 필요하지 않았던 장비들이 새롭게 쓰이는 사례가 눈에 띈다. 원자현미경, 고압 어닐링 장비 등이 그 사례"라며 "이들 장비에 주력하는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이 미세회로선폭 전환 투자를 이어가는 추세에 따라 반도체 경기와 상관 없이 실적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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