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아들 잃은 김홍문씨
열네 살 당시 지적장애 앓아
방범대원-읍사무소 사실 달라
실낱 희망이었던 제보 '좌절'
1988년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올림픽'을 떠올린다. 하지만 김홍문씨에게 1988년은 '실종'라는 단어로 기억된다. 그해 김씨의 아들 태희(사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태희의 나이 14살이었다.
태희의 실종은 1988년 4월 23일의 일이다. 토요일이었던 그날 태희는 집에 혼자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그날 태희 할머니의 치과 치료 때문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에서 서울 종로구 효자동 치과를 방문했다. 태희 엄마가 모시고 집을 떠났는데 태희는 혼자 집에서 자고 있었다"며 "무슨 일이 있겠냐는 생각에 혼자 두고 갔었는데 집에 돌아오니 태희가 없었다"고 전했다.
일단 김씨 부부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하고 아들을 찾았다. 태희는 지적장애가 있었기에 빨리 찾지 못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다급했던 김씨 부부는 평소 태희가 가던 장소를 둘러봤고 골목길도 샅샅이 뒤졌다. 그렇지만 태희의 흔적은 없었다. 이번에는 실종 전단지를 만들어 전국에 배포했다고 한다. 방송국에도 찾아가 태희를 찾는 방송을 해달라고 사정도 했다. 다행히 2~3개월 만에 방송에 나가게 됐고 제보자도 등장했다.
경기도 군포읍(현 군포시)에서 일을 하던 제보자는 밤에 큰 트럭 밑에 아이가 있는 것을 보게 됐다고 한다. 걱정돼서 아이를 불렀고 집 전화번호를 물었다고 한다. 그렇게 알려준 전화로 통화를 시도했으나 '없는 번호'라서 누구와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별수 없었던 제보자는 아이를 지나가던 방범대원에게 맡겼다고 한다.
김씨는 "제보를 확인해 보기 위해 방범대원을 찾았고 태희의 사진을 보여주니 맞다는 확인까지 해줬다. 이어 방범대원은 군포읍사무소 당직자에게 태희를 인계해 줬다는 사실까지 알려줬다. 읍사무소를 찾아가서 태희가 어디 있냐고 묻자 '방범대원이 아이를 맡긴 일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이야기했다.
어렵게 제보자도 등장했고 태희의 흔적도 찾았지만 방범대원과 읍사무소 당직자 간 진실게임이 벌어진 것이다. 김씨는 "방범대원의 말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며 경찰서에 확인을 요청하고 경기도경찰청 감사계와 검찰에도 진정서를 보냈다"며 "경찰과 검찰의 답은 데려다줬다는 증거는 없지만 방범대원이 태희를 읍사무소 당직자에게 인계한 것은 맞다는 답을 줬다. 경찰과 검찰에서는 인계한 것이 맞다고 말하고 읍사무소는 인계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김씨가 느낀 감정은 '좌절'이었다.
사라진 아들을 놓고 벌어진 진실게임에 더 이상 무엇인가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김씨는 "제보를 마지막으로 유의미한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이후에도 전국 장애인시설이나 보육원을 찾아다녔고 작은 제보라도 오면 전국 어디든 달려갔지만 헛걸음치기 일쑤였다"며 "지금이라도 태희에 대한 제보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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