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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선대회장 없었으면 ‘진돗개’ 없었다

순종 없어 세계시장서 외면 받자
직접 진도 찾아 30마리 데려와
10여년 노력 끝에 품종등록 결실
애견문화 알려 국가이미지 개선

이건희 선대회장 없었으면 ‘진돗개’ 없었다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새끼 진돗개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삼성 제공
이건희 선대회장 없었으면 ‘진돗개’ 없었다
지난 2005년 세계적인 애견대회 '크러프츠 도그쇼'에 마련된 삼성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진돗개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 제공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혜안으로 시작한 시각장애인 안내견사업이 30년을 맞이한 가운데 이 선대 회장의 진돗개 종 보전 노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동물사랑을 넘어 세계에 한국의 애견문화를 널리 알리며 한국의 국가이미지 개선에도 기여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선대 회장의 첫 애견사업은 진돗개 순종을 보존하는 일이었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견종을 키워본 이 선대 회장은 진돗개를 세계 무대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진돗개는 한국에서 천연기념물(53호)로 지정됐음에도 확실한 순종이 없다는 이유로 우수성이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고, 원산지도 한국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 선대 회장은 1969년 진도를 직접 찾아 멸종 직전이던 진돗개 30마리를 구입했다. 10여년의 노력 끝내 순종 한 쌍을 만들었고, 진돗개 300마리를 키우며 순종률을 80%까지 끌어올렸다.

품종 보존에 그치지 않고 진돗개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활동에도 앞장섰다. 이 선대 회장은 1979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견종종합전시대회'에 진돗개 암수 한 쌍을 직접 선보이며 1982년 '세계견종협회'에 원산지 등록을 이끌었다. 2005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 애견협회인 영국 견종협회 켄넬클럽에 진돗개를 정식 품종으로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선대 회장은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를 통해 "세계견종협회가 진돗개 원산지가 한국임을 증명해 주지 않았다. 확실한 순종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며 "그 사실을 알고는 곧바로 진도에서 사흘을 머물며 이 집 저 집을 찾아 순종 30마리를 사 왔다. 처음 30마리가 150마리로 늘어날 때쯤 순종 한 쌍이 탄생했고, 마침내 1979년 한국이 원산지임을 등록시킬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선대 회장의 진돗개에 대한 관심은 애견사업으로 확장됐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보신탕'이 세계적 관심으로 대두되자 이 선대 회장은 국가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동물보호협회 회원들을 서울로 초청, 한국의 애견문화 수준을 보여줬다. 그 결과 영국 동물보호협회는 계획됐던 대규모 항의시위를 취소했다.

1993년 6월 신경영 선언을 한 이 선대 회장은 같은 해 9월 국내 최초 시각장애인 안내견학교를 설립, '초일류 삼성'을 향한 변화의 첫걸음을 사회공헌으로 시작하기도 했다. 시대를 앞서가는 혜안으로 시작한 사업은 지난 19일 30돌을 맞으며, 새로운 30년을 위한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이 선대 회장의 노력은 애견 관련 한국의 국가이미지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왕실은 이 선대 회장의 애견문화 확산에 대한 공로를 인정해 개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 선대 회장은 개를 통한 사회공헌활동을 강조하며 개는 국민정서를 순화할 뿐 아니라 어린이에게 교육적 효과를 줄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또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편견을 불식하고, 관련 사업을 활성화해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