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연설
"21세기 한류 모르면 시장경제 도태"
'SNS 한류 전도사'로 국내서도 유명
非정치적이고 겸손·타인 존중 등
샘 리처드 美펜실베이니아대 사회학과 교수
"더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 오고, 일하고, 살아가면서 한국은 다문화주의 국가로 변화할 것이다. 한국에 정착한 이들은 각 나라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한국 콘텐츠에 기여할 것이고, 이러한 문화적 역동성과 혁신이 한류를 지속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샘 리처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사회학과 교수는 20일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호텔 더그레이트홀에서 열린 제10회 대한민국 문화콘텐츠포럼 기조연설에서 한류를 지속하기 위한 핵심전략으로 다문화를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한류 전도사'로 불리는 리처드 교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30여년간 인종·문화에 대한 연구와 강의로 명성을 얻어온 세계적 석학이다. 지난 5월엔 건국대 문과대학 문화콘텐츠학과 초빙 석좌교수로도 임명됐다. 5년 전 방탄소년단(BTS)을 언급하며 "한류를 모르면 21세기 시장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한 유튜브 영상이 국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날 기조연설에서 그는 "현재 전 세계가 K-콘텐츠를 공부하고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처음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연구를 해오면서 스스로도 한국에 매료되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리처드 교수는 "한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문화가 왜 매력적인지를 이해해야 한다"며 한류의 핵심 가치라 할 수 있는 한국 문화의 4가지 중요한 특성을 이야기했다. 첫째는 '비정치성'이다. 그는 "한국이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매체를 통해서 묘사되는 방식 그리고 다루는 주제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라면서 "정치라는 요소를 떠나 문화 자체로 전 세계인에게 흥미롭게 인식되는 부분이 한류의 영향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제10회 대한민국 문화콘텐츠포럼이 20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호텔에서 열렸다. 샘 리처드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이어 그는 또 다른 한국 문화의 특성으로, 한국인이 가진 동양적인 행동양식 그리고 성과 폭력을 다루는 차별화된 방식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타인에게 비치는 자기의 모습을 의식해 절제하는 등 내성적이면서 수수하고 자존감이 높다"면서 "노골적으로 폭력을 묘사하는 미국 영화와 달리 영화 '오징어 게임'은 대단히 초현실적으로 폭력을 다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한국 문화에서 발견되는 전통성과 보수성은 그가 연구한 아프리카나 중동, 콜롬비아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발견되는 공통 특질이다. 이에 그는 "한국인이 가진 공동체 의식과 전통을 존중하는 보수적 성향은 비슷한 정신적 토대를 가진 문화권의 사람들의 눈에 매력적으로 비치고,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류가 소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가 한류의 미래를 장밋빛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저출산 현상과 빈부격차, 한국의 지나친 교육열과 경쟁의식은 한류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리처드 교수는 "평균 출산율 0.84라는 숫자로는 한국 사회가 지속할 수 없다"며 "한국 사회는 한류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인구감소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머지않아 겪을 노동문제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다문화사회로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로보틱스 발달과 자동화로도 사회 유지에 필요한 노동력을 충원하긴 어렵다"면서 "다양한 인종을 유입시키고, 한국에 정착한 이들이 한국 문화에 적응하고 융화되도록 돕는 것이 한류의 미래에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장인서 유선준 김준혁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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