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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국가는 왜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하는가

[fn광장] 국가는 왜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하는가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산업 중심이자 상징으로 간주되어 왔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및 크라이슬러의 3대 자동차 회사가 자리 잡고 있다. 디트로이트를 모타운(Motown) 또는 모터시티(Motor City)라는 애칭으로 부르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비록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재편과 경쟁기업의 등장으로 예전과 같은 명성을 유지하지는 못하지만 디트로이트는 여전히 자동차 산업의 상징과 같은 도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디트로이트에서는 지난 15일 3대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한 사상 첫 동반 파업이 일어났다. 자동차 노동조합이 내세운 파업의 이유는 예상을 깨고 신기술에 대한 저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과 전기자동차가 노조의 공적으로 거론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게 되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미국의 언론들은 19세 초반 유럽의 노동자들이 방직기계를 파괴하던 러다이트 운동의 21세기 버전이라고 보고 있다.

사실 인공지능과 로봇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핵심이자 거의 모든 선진국들이 기술개발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은 신흥기술이다. 그런데 국가가 개발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신기술들이 오히려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실 신기술 개발이 언제나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이는 역사를 통해서도 입증된 사실일 것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오펜하이머'에서도 우리는 이러한 측면을 확인할 수 있다.

핵폭탄 개발 프로그램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과학자 오펜하이머는 자신이 만들어낸 신기술의 참혹한 결과에 절망하게 된다. 인류의 과학적 지식 및 기술적 역량이 축적되어 만들어낸 최고 성과라 할 수 있는 원자폭탄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쟁을 종식시켰지만 그와 동시에 전례 없는 희생과 공포를 유산으로 남겼다. 원자폭탄이 없었다면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을 것이고 더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핵무기 사용이 만들어낸 참혹한 결과가 정당화되거나 잊혀서도 안 될 것이다.


국가는 왜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하는가. 아마도 이 질문이 당시 미국의 주요 과학자들과 정치지도자들이 깊이 고민했던 명제가 아니었을까. 여기서부터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강대국의 노력이 시작되었고, 미국은 1950년대 초반부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보편적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신기술 개발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신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목적부터 선진국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기술개발에 투자해 왔으며 앞으로 무엇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우리는 경제성장과 국가안보라는 우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개발을 추진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큰 성과를 이루어내고 이제는 선진국 반열에 서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도 국가 차원에서 새로운 기술개발 투자의 비전과 목표를 세워야 하지 않을까. 민주주의 가치, 세계평화 그리고 공동번영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거기에서부터 국가 기술개발 투자의 방향과 전략을 고민할 시기라고 생각된다.

송치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약력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학사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석사 △조지워싱턴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원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글로벌혁신전략연구본부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아태첨단기술전략연구센터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 수립위원 △한국기술사회 국제기술사 자격심사 전문위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신남·북방연구특별위원회 위원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