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3층에 마련된 한식 전문 식당가 'K-플레이버(K-Flavor)'에서 십원빵을 사기 위해 베트남 현지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정상희 기자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지하에 위치한 '요리하다 키친'이 현지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롯데쇼핑 제공.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정상희 기자]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대표 관광단지 서호(西湖)에서 불과 300m 떨어진 거리에 하노이 최대 규모 쇼핑몰이 들어섰다. 지난 22일 공식 개장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다. 쇼핑몰, 마트, 호텔, 아쿠아리움, 영화관 등 롯데그룹의 다양한 콘텐츠를 한 데 모은 초대형 상업 복합단지로 두달 간의 사전 오픈 기간 누적 200만명이 다녀가며 이미 하노이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K-콘텐츠'를 앞세운 철저한 한국화 전략이 진가를 발휘하는 모양새다.
그랜드 오픈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지하 1층에 위치한 롯데마트는 장을 보는 현지인들로 붐볐다. 마트 입구에서부터 '풍미당'이라는 한글 간판을 단 베이커리가 맞이했고, 한국 라면 코너는 현지 제품보다 더 큰 규모로 마련돼 있었다. 마트에서 돌아 나오면 한식을 즉석에서 조리해 판매하는 '요리하다 키친' 특화 매장이 나온다. 김밥, 양념치킨, 불고기 등 한국 대표 메뉴와 베트남 요리, 초밥 등 다양한 즉석 조리 식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구매 후 바로 취식할 수 있는 140석 규모의 공간도 조성했다. 음식 조리 과정을 고객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조리대를 개방형으로 설계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김밥은 한화 3000~4000원 수준으로 현지 물가와 비교하면 다소 비싼편이지만 주말에는 하루 종일 대기줄이 늘어서고 인기 상품은 준비 물량이 완판될 정도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방문 인원의 절반 이상이 35세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베트남 MZ세대에게 이미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이들을 잡기 위한 핵심 전략은 'K-컬처'다. 실제 쇼핑몰 곳곳에서 보이는 익숙한 한글 뿐만 아니라 매장 내에 울리는 음악 역시 K-팝이라 한국 쇼핑몰이라는 착각이 들만큼 이질감이 없었다.
매출에서도 한국 브랜드의 인기는 입증됐다. 시범운영 기간 패션, 뷰티, F&B 등 전 상품군에 걸쳐 유치한 총 36개의 한국 브랜드 중 6개가 매출 상위 10개에 이름을 올렸다. 어린이 실내 놀이터 '챔피언1250'을 비롯해 패스트푸드 전문점 '롯데리아', 즉석떡볶이 전문점 '두끼', 주방용품 브랜드 '락앤락', 패션 브랜드 '엠엘비' 등이다. 이날도 평일이지만 길게 줄을 늘어선 매장은 한국에서 SNS를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십원빵'을 파는 가게였다. 쇼핑몰 3층 한식 전문 식당가 'K-플레이버(K-Flavor)'에서는 십원빵을 비롯해 이차돌, 수라, 돈치킨 등 다양한 한식을 선보이고 있다.
쇼핑 뿐만 아니라 문화 및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함께 마련하는 공간 구성 역시 최근 한국 트렌드를 그대로 따르면서 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 콘텐츠를 총집결시켰다. 그 결과 하노이의 기존 쇼핑몰과 완전히 다른 쇼핑몰을 탄생시키면서 베트남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 잡고 있다.
젊은 가족 단위 고객 비중이 높은 베트남 수요에 맞춰 준비한 어린이 실내 놀이터 '챔피언1250'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를 방문한 젊은 가족 단위 고객에게 큰 인기다.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는 사전 멤버십 모집 시작 3일만에 가입자가 1천명이 넘을 정도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울러 약 4500㎡ 규모로 선보인 초대형 복합 문화 공간에는 현지 인기 문화 콘텐츠 중 선호도가 높은 서점, 갤러리, DIY공방, 문화센터, 카페 등을 입점시켜 다양한 문화 체험이 가능하게 했다. 나남서점 스토어매니저는 "오픈형 서점은 베트남 최초라 고객들이 인증샷을 정말 많이 찍는다"면서 "새롭고 트렌디하다"라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통해 베트남 현지 고객들과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우수한 쇼핑 문화를 알리고, 아시아 넘버원 리테일러로의 여정을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오픈 기념식 후 취재진과 만나 "우리 그룹이 가지고 있는 여러 계열사와 협력해 좋은 쇼핑몰 만들 수 있게 됐다"며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신 회장은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연말까지 매출이 800억 정도, 내년에는 2200억 정도가 되니까 아마 베트남에서는 최대 쇼핑센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