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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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한국배우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가 추석영화 ‘거미집’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거미집’은 1970년대 정부당국의 검열, 제작자의 반대, 스케줄이 꼬여 투덜대는 배우 등 악조건 속에서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을 완성해내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영화. 송강호는 극중 호평 받은 데뷔작 이후 싸구려 치정극만 찍는다며 악평에 시달리던 중,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바꿔 기필코 걸작을 만들고 싶은 김열 감독을 연기했다.
김지운 감독은 앞서 송강호를 자신의 영혼의 단짝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영화는 두 사람이 김 감독의 데뷔작 ‘조용한 가족’(1998)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에 이어 다섯 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 머릿 속 정답 아닌 '정답 아닌 정답'을 찾는 과정이 연기
''거미집'은 김열 감독을 통해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창작이란 무엇인가, 오리지널리티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고유한 독창성은 문화예술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찾고 싶은, 추구하는 가치다.
매번 자신만의 고유한 독창성을 입증해온 송강호는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어떻게 찾았을까? 그는 이러한 물음에 “배우들이 사석에서건 촬영장에서건 내가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라고 운을 뗐다.
“내가 하는 대답은 정답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정답을 적으면 안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 머릿 속에 있는 정답을 보여주면 감동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모르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정답’이어야 합니다.”
그는 박찬욱 감독이 과거에 했던 인터뷰를 언급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박찬욱 감독이 '송강호는 정답이 아닌 정답을 적는데, 정답보다 더한 정답을 내놓는 배우'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김지운 감독은 꺼림직하다는 표현을 썼어요. 내가 하는 연극을 본 적이 있는데, '이상하게 꺼림직하다,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알고 있는 것, 예상한 것을 보여주지 않아서 그런 기분이 든 것 같다'고 하셨죠.”
그는 “박찬욱 감독이 말한 ‘정답이 아닌 정답’과 김지운 감독의 ‘꺼림직한 느낌’이 일맥상통한다고 본다"며 "그게 내 연기 모토”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신만의 연기의 비결은 언제 찾았을까?
그는 “34년전,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깨달았던 것 같다”며 “가르침을 받았다기보다 연극을 통해 체득했다”고 돌이켰다.
“‘정답 아닌 정답’을 찾기란 힘들죠. 그걸 찾는 과정이 연기라고 봅니다.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정답은 한정돼 있어요. 무궁무진하게 답이 있는게 아닙니다. (배우가) 같은 답을 내더라도, 다른 시선과 다른 리듬, 다른 호흡으로 연기하면 같은 답도 새롭게 보일 수 있습니다.”
연기가 마치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른듯 뚝딱 나오는 것 같다고 하자 “스포츠 선수들처럼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해야한다”고 답했다.
“연기는 종합적입니다. 부정확하고 불규칙적인, 어떤 느낌이 막 생깁니다.
어떤 루틴, 규정된 루틴이 있는 게 아니고 변칙적이고 불규칙적인데 매번 그렇습니다.”
송강호는 한국영화의 자존심, 상징으로 통하는데, 그에게 영화란 무엇일까? 그는 특유의 깔깔거리는 웃음을 터트리며 “정답이 아닌 정답을 찾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게 정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예술가의 본질입니다. 관객이 '어 이게 뭐야' 싶은데 가슴이 먹먹해진다면 그게 정답 아닐까요? 이게 영화의 의미고요. 한국영화의 자부심도, 이 작은 나라가, 늘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한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내딛는 영화를 끊임없이 만드는 게 한국영화의 자부심 아닐까요?”
송강호/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사진=뉴스1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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