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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핸 감산으로 버티고 내년 '업턴'… K반도체는 아직 '겨울잠'[K반도체 멀어지는 상저하고(上)]

우크라전쟁·금리인상 등 영향
삼성·SK, 연내 흑자전환 불투명
원가 부담에도 감산 기조는 유지
D램값 상승에 4분기 회복세 발판

올핸 감산으로 버티고 내년 '업턴'… K반도체는 아직 '겨울잠'[K반도체 멀어지는 상저하고(上)]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간 글로벌 공급망 갈등,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등 세계적 대형 악재들이 장기화되면서 '상저하고'가 예상됐던 반도체업계의 혹한기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이르면 하반기 반등을 기대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불황의 그늘이 깊어지자 4·4분기까지 흑자전환은 어렵다는 '상저하저' 기류가 팽배해지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감산 노력으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수급개선과 가격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4·4분기부터는 업황 회복세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란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D램은 올 4·4분기에 양사의 실적회복을 견인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불황 길어져 연내 흑자전환 희박

2일 금융투자업계와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최근 3개월간 증권사들이 발표한 전망치의 평균값)는 2조4237억원이다. 앞서 1·4분기 6402억원, 2·4분기 668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삼성전자는 3분기 만에 조 단위 영업이익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달 새 컨센서스가 14.6% 하향 조정되면서 '상저하고'의 기대감은 줄어들었다. 특히 삼성전자 실적을 좌우하는 반도체부문(DS)은 3·4분기에도 조 단위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의 3·4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1조6804억원으로, 2·4분기 영업손실 규모(2조8821억원)보다 약 40% 감소했다. 하지만 국내 상장사 263곳 가운데 적자 1위 기업의 불명예를 2분기 연속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인공지능(AI)용 서버를 제외하고 여전히 부진한 전방 수요가 반도체 업황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불황은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인 산업의 문제"라면서 "'나이키형' 회복세(완만한 속도의 경제반등)는 보일 수 있으나 반등 수준의 개선은 내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상저하고' 가능성을 낮게 봤다.

■바닥 다지기 진입…내년 업턴 유력

연내 업황의 극적 반등은 어렵지만 국내 반도체업계는 감산과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제품 믹스 개편 등으로 하반기를 버티고 내년 '업턴'(경기 상승국면)을 노릴 계획이다. 특히 올해 4·4분기 D램과 낸드의 고정거래가격이 2021년 3·4분기 이후 2년 만에 동반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내년 업턴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실제로 지난 1·4분기부터 시작된 감산효과로 삼성전자 DS부문의 3·4분기 적자폭이 1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전분기 대비 반도체 재고자산 증가폭은 2022년 3·4분기 22.6%, 4·4분기 10.2%, 2023년 1·4분기 9.9%, 2·4분기 5.4% 등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SK하이닉스도 고강도 감산 등 노력에 1·4분기와 2·4분기 적자를 기록한 D램 사업이 3·4분기 흑자전환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AI서버의 메모리반도체 비중 확대도 메모리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회복을 앞당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KB증권은 AI서버의 메모리 비중은 현재 17%에서 5년 후 38%로 2배 이상 확대되고, 2027년까지 HBM 시장이 연평균 82% 성장하면서 HBM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