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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전지희, 日 꺾고 결승행… 여자 탁구 '남북 대결'[항저우 아시안게임]

21년만에 女복식 결승 진출
北 차수영-박수경 조와 승부

신유빈-전지희, 日 꺾고 결승행… 여자 탁구 '남북 대결'[항저우 아시안게임]
2일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탁구 복식 준결승 한국 대 일본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4대1로 일본을 꺾은 한국 전지희(오른쪽)와 신유빈이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배드민턴에 이어 한국 탁구가 한을 풀 기회를 잡았다. 중국의 엄청난 기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던 한국 탁구가 오랜만에 단상 맨꼭대기에 설 기회를 잡은 것이다.

신유빈(대한항공)-전지희(미래에셋증권)가 짝을 이룬 여자 탁구 대표팀이 '한일전'에서 승리하고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은메달을 확보했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2일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탁구 여자 복식 준결승전에서 일본의 하리모토 미와-기하라 미유 조에 4-1(9-11 11-8 11-8 11-7 11-7)로 승리했다. 이로써 신유빈-전지희 조는 석은미-이은실 조가 복식 금메달을 따냈던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한국 선수로는 21년 만에 아시안게임 여자 개인전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하리모토-기하라 조는 국제 무대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았던 조합이다. 일본은 차기 파리올림픽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이번 대회에 신예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켰다. 이 조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이번 대회를 맞아 '10대 조합'으로 새롭게 내세운 복식조다. 그런데 이들이 파란을 일으켰다. 8강에서 쑨잉사-왕만위 조를 3-1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이번 대회 최고 이변이었다.

하지만 이변은 이변일 뿐 전지희-신유빈 조에게는 기량이 많이 미치지 못했다. 하리모토-기하라 조는 1세트를 따내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2게임부터는 상대 템포에 적응한 신유빈-전지희 조가 경기를 끌어가며 우위를 점했고,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특히 일본 선수들의 강력한 드라이브를 전지희가 전부 막아내고, 신유빈이 포핸드와 백핸드 드라이브를 상대 진영에 꽂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상대적으로 신장이 작고 날렵한 전지희는 수비에, 신장이 크고 팔이 긴 신유빈은 공격 쪽에 조금 더 집중하며 상대를 무너뜨렸다.

결국, 일본 선수들의 기세가 4세트부터 완벽하게 꺾였다. 마지막 5게임에서는 하리모토-기하라 조가 7-3으로 앞서나갔지만 무려 8점을 연속으로 헌납하며 자포자기하는 모습도 나왔다.

앞서 단체전, 혼합 복식, 단식에서 모두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신유빈은 '3전 4기'만에 금메달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와 금메달을 놓고 다툰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는 중국 선수들이 없는 것이 우리에게는 큰 행운이다. 중국은 여자복식 2개 조가 모두 4강 이전에 탈락했다. 따라서 중국이 아니라면 인도나 북한은 충분히 우리 선수들이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여기에 신유빈은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는 선수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쑨잉사에게 2번의 듀스를 가는 등 접전 끝에 단식에서 패했다. 항저우를 넘어서 파리올림픽으로 가는 길목에 금메달을 따낸다면 파리올림픽 메달에도 충분히 근접할 수 있다.


한 고비만 더 넘기면 신유빈과 전지희는 한국 탁구에 21년 만의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금메달을 선사한다. 또 둘이 합작한 2021 도하 아시아선수권대회 복식 금메달에 이은 생애 두번째 메이저 대회 금메달을 거머쥔다. '탁구 최강' 중국 조들이 8강에서 모두 덜미를 잡힌 터라 한국 여자 탁구가 금메달을 수확할 절호의 기회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