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복식 스피드 앞세워 4대1 제압
2002년 부산대회 이후 첫 금메달
33년만의 남북 대결서도 승리
2일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한국 신유빈(오른쪽)-전지희가 북한 차수영-박수경을 상대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 지은 뒤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태극자매 신유빈(대한항공)-전지희(미래에셋증권) 조(1위)가 대한민국 탁구계에 21년 만에 소중한 금메달을 안겼다. 금빛 스매싱이다.
신유빈-전지희가 2일 '남북대결'에서 승리하고 한국 탁구에 21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이날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랭킹 없음)를 4-1(11-6 11-4 10-12 12-10 11-3)로 물리쳤다.
압도적인 기량이었다. 전지희의 노련한 백핸드와 운영, 그리고 힘이 절정에 오른 신유빈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제대로 조화를 이루었다. 신유빈과 전지희는 한국 선수로는 21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것은 2002년 부산 대회 남자 복식의 이철승-유승민 조, 여자 복식의 석은미-이은실 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차수영-박수경 조는 세계랭킹이 없다.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는 의미다. 전력도 베일에 싸여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 결승진출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신예 조다. 준결승전에서 수티르타 무케르지-아이히카 무케르지 조(16위·인도)를 4-3(7-11 11-8 7-11 11-8 11-9 5-11 11-2)으로 제압하면서 결승에 올라왔다.
이번 대회에서 남과 북이 결승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전 종목에 걸쳐 처음 있는 일이다. 또 아시안게임 탁구에서 남과 북이 결승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1990년 베이징 대회 남자 단체전 이후 33년 만이다. 당시에는 한국이 북한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신유빈은 "(북한이 올라올 경우) 데이터가 없다 보니까 경기에 들어가서 상대가 어떤 스타일인지를 파악해야 하니, 어려운 것 같다"며 북한 조를 경계하기도 했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탁구 최강' 중국 조들이 8강에서 모두 탈락하는 바람에 한 번도 중국 선수를 상대하지 않고 결승까지 오르는 행운을 누렸다. 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남북 대결'의 무거운 부담을 안고 임한 결승전을 승리로 매조지한 것은 이들의 '실력'이다.
1경기부터 강력한 스피드를 바탕으로 태극 자매는 북한 선수들을 압도했다. 1경기에서 상대의 범실이 나오며 11-6으로 가볍게 승리했다. 2경기는 압도를 했다. 11-4로 승리했다. 신유빈과 전지희의 속도전에 북한 선수단이 따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3세트에서 방심으로 위기에 몰렸다. 9-8에서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4세트를 천신만고 끝에 12-10으로 찾아온 신유빈·전지희조는 5세트는 가볍게 11-3으로 마무리하며 금메달을 완성시켰다.
한국 탁구는 그동안 중국세에 밀려 20여년간 단 1개의 금메달도 획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장우진, 신유빈, 임종훈 등 젊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였다. 또한 장우진-임종훈 조와 전지희-신유빈 복식조가 모두 세계 최고급 기량을 선보임에 따라 1년 앞으로 다가온 파리올림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아시안게임 흑역사를 끝낸 신유빈과 전지희는 다시 찾아오기 힘든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한국 탁구사를 다시 썼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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