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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떠나는 외국인… 2차전지주 집중 털어냈다

강달러에 국내 증시 매력 하락
고평가 부담 커진 2차전지주, 한달간 1조원 넘게 팔아치워

한국 증시 떠나는 외국인… 2차전지주 집중 털어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빠르게 이탈하면서 2차전지주를 집중 매도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고환율로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하반기 실적 우려,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3조7210억원을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5372억원어치, 코스닥시장에서 1조1838억원어치를 각각 팔았다.

특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18일부터 10거래일 연속으로 '팔자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도 우위가 10거래일을 넘긴 것은 지난해 9월 14~28일(11거래일 연속) 이후 1년 1개월 만이다.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도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4일까지 10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기록했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가 확대되고,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채 10년물 굼리가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점도 외국인을 떠나게 만드는 요소다.

연이은 매도 공세 속에서 외국인들은 2차전지주를 집중적으로 덜어내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에코프로비엠(2위), LG에너지솔루션(4위), 에코프로(6위), 삼성SDI(11위) 등을 많이 팔았다. 이들의 순매도 규모는은 총 1조294억원으로 같은 기간 국내 증시 순매도액(3조7210억원)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시장에서는 고금리, 고환율로 성장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데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는 2차전지주를 포트폴리오에서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고환율로 인해 국내 증시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졌고, 성장주보다는 실적주 배당주에 시선이 쏠리는 상황"이라며 "2차전지주의 경우 최근 주가가 하락했지만 여전히 밸류에이션 고평가에 대한 부담이 남아있어 매물 출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실적 우려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2차전지주의 3·4분기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는 꾸준히 하락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3·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개월 전과 비교해 각각 41%, 53% 하향 조정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역시 각각 13.54%, 12.06% 줄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주의 컨센서스가 하향 조정되고 있고,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며 "리튬, 니켈 등 원재료 가격이 하반기에도 하락을 이어가고 있고, 전기차 수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어 실적에 대한 우려 역시 복합적으로 투자 생태계를 훼손한 요인"이라고 전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