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세대생략 증여란 조부모(할아버지·할머니)가 자녀 세대를 건너뛰고 손주에게 직접 재산을 증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세대생략 증여의 경우 30%의 증여세가 할증된다. 그런데도 손주에게 바로 증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세대생략 증여는 고령화·장수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흔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60대 아들이 80대 할아버지를 모시는 것이 요즘 현실. 늙어가는 60대 아들에게 부동산 등을 증여하느니 절세 등 여러 측면에서 바로 손주에게 넘기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은 “세대생략 증여는 할아버지가 재산이 많을수록 유리하다”며 “30% 증여세 할증을 고려해도, 두 번 증여세를 내는 것보다 세대생략 증여가 절세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늙어가는 아들, 손주에 재산 넘기는 할아버지
최근 세대생략 증여 현황을 보여주는 자료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최근 5년간 미성년자에 대한 부동산 세대생략 증여가 1만건이 넘어선 것이다. 금액으로는 1조7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에는 만 0세 아기가 받은 건물·토지만 700억원대였다.
자료 : 민홍철 의원
민홍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미성년자가 세대생략 증여로 받은 건물과 토지는 모두 1만451건(건물 5058건, 토지 5393건)으로 해당 금액이 1조7408억원(건물 8966억원, 토지 8842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열 살도 되지 않은 아동(만 0~9세)이 조부모로부터 받은 건물과 토지는 총 4602건, 7875억원 규모였다. 만 0세세 아기가 세대생략 증여를 받은 건물·토지도 231건, 705억원에 달했다.
연도별 세대생략 증여 현황을 보면 매해 2000건 안팎 규모를 유지했다. 2018년엔 1863건(3300억원), 2019년 2099건(3490억원), 2020년 1849건(2590억원), 2021년 2648건(4447억원), 2022년에는 1992건(3580억원)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와 수명이 늘면서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거나 상속할 시점에 자식 나이가 60살 이상인 경우가 흔하다. 고령화 되는 재산 승계자를 건너 뛰고 손자나 손녀에게 재산을 넘기는 것이 늘고 있는 것이다.
증여세 두 번 내느니...할증붙더라도 한번이 낫다
현재 증여세 공제는 배우자 6억원, 자녀 5000만원, 미성년자 2000만원, 기타 친족 1000만원 등이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혼인공제 1억원이 추가될 예정이다. 증여세 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10~50% 누진율이 적용된다.
그렇다면 세대생략 증여는 절세에 어느 정도 유리할까. 우병탁 부지점장은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자녀에게 증여하면 단순계산하면 증여세를 각 100%씩 200%를 내게 된다”며 “세대생략을 해서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바로 주면 할증을 감안해도 130%가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과표가 3억원 재산을 증여하면 세율이 20%가 적용돼 4000만원의 세금을 낸다. 아들이 다시 자녀에개 같은 재산을 증여하면 3200만원을 낸다. 즉 할아버지가 아들인 아버지에게 증여하고, 아버지가 다시 아들에게 증여하면 총 7200만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반대로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바로 넘기면 4000만원에 30% 할증이 붙어 5200만원만 부담하면 되는 셈이다. 즉 두 번의 증여세를 내는 것보다 활증이 붙더라도 한번에 내는 것이 세금을 아끼는 셈이다.
한 세무 전문가는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과거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한 경우가 있다면 합산되기 때문에 또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보다 손주에게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수명연장 등 사회 구조 변화를 고려하면 자산가들의 세대 생략 증여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할아버지 재력이 손주의 부동산 등 재산을 결정하는 셈이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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