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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일석삼조’ 저탄소 식생활

[특별기고] ‘일석삼조’ 저탄소 식생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연안 도시들이 가라앉는다.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에도 극한의 더위와 가뭄이 발생하고, 일부에서는 재해 수준의 비가 쏟아진다. 지구는 자생력을 완전히 상실해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이 존폐 위기에 놓이는 대재앙이 발생하게 된다.'

지구 평균온도가 2도 상승할 경우 예상되는 상황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도는 2040년까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예측보다 10여년이나 앞당겨진 분석 결과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금세기 중반 2도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

이미 올해 여름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폭염과 산불, 대기불안정에 따른 엄청난 폭우에 시달렸다. 중동 지역의 체감온도는 66도를 넘었으며, 미국도 일부 도시의 최고기온이 50도에 육박했다. 그리스는 폭염 속 산불로 인해 3만여명이 대피했고, 최근 리비아에서는 대홍수로 40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IPCC 보고서는 이러한 기후변화가 '인간에 의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열기가 대기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구 온도가 점차 상승하게 된 것이다.

세계 각국은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주요 온실가스 중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환산해 '탄소 배출량'을 집계·관리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의 31%는 먹거리에서 배출된다. 식습관만 바꿔도 탄소 배출량을 최대 31%까지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먹거리 탄소중립을 위해 세계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저탄소 식생활' 글로벌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저탄소 식생활 캠페인은 생산부터 소비까지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실천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30개국 54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저탄소 식생활 실천은 어렵지 않다.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농수산물을 소비하고, 축산물을 먹을 경우 메탄가스 발생량이 많은 대동물보다 소동물을 소비하는 식이다. 소고기 단백질 1㎏당 탄소 배출량은 돼지고기의 5.3배, 닭고기의 8.4배이다. 같은 양의 단백질을 얻기 위해 소고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두부의 25배, 콩의 60배에 달한다. 수산물도 탄소 배출량이 동물성 단백질 식품의 12%에 불과하다. 특히 맹그로브에 비해 탄소 흡수율이 50배나 높은 해조류와 어패류는 성장 과정에서 탄소를 흡수하는 훌륭한 온실가스 감축수단이다.

생산·유통 과정에서도 탄소를 감축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저탄소 식품을 적극 소비하는 것도 저탄소 식생활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친환경 포장재 사용, 온라인 거래 및 전기차 등 저탄소 물류운송을 통해 유통 과정의 탄소를 줄일 수 있으며, 화학비료와 농약을 최소화하고 GAP인증관리 등으로 생산 과정의 탄소도 감축할 수 있다. 식재료를 필요한 만큼만 구입해 남김 없이 먹는 것도 중요하다. 전 세계 음식물 폐기물은 연간 13억t이며, 이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33억t에 달한다.

이러한 저탄소 식생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분명하고 확실하다.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과 제철 수산물은 영양이 풍부하며, 적정량을 조리해서 먹으면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물론 과식할 우려도 사라진다. 저탄소 식생활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의 건강을 지킬 수 있고, 병든 지구를 구할 수 있으며, 인류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앞으로의 10년이 골든타임이다.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아름다운 지구를 위해 그리고 자라나는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 오늘부터 저탄소 식생활을 시작하자.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