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전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대한양궁협회 회장, 왼쪽 두번째)이 선수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아주 잘했어! 서울 가서 고기 먹자."
한국 남자 양궁이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13년 만에 금메달을 수복한 지난 6일 중국 항저우 푸양. '양궁계 대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대한양궁협회장·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이 이우석(코오롱)-오진혁(현대제철)-김제덕(예천군청)으로 구성된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전 대표팀 선수들을 찾아 승리의 기쁨을 함께 만끽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어보라는 선수들의 제안에 "괜찮다"고 인사를 건넨 뒤 서울에서 거하게 다시 '뒤풀이' 자리를 마련하겠노라 약속했다. 정 회장은 항저우 현지로 날아가 선수들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꾸린 휴게공간과 식당 등을 일일이 직접 챙겼다고 한다. 이번 항저우 대회에 앞서 지난 8월 정몽구배 양궁대회 상금을 국내 최대 수준으로 올려 선수들의 사기와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한 달 전 시험경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선수들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에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 등 총 11개 메달을 안겨주며 내년 파리 올림픽을 향한 금빛 질주를 예고했다.
■세계 최강으로 이끈 39년의 지원
지난 2008년 당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중국 베이징시에 위치한 쿤룬 호텔에서 양궁 대표단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만찬행사를 열고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한국 남녀 궁사들은 리커브 단체전 동반 금메달 사냥에 성공했다. 여자 단체전 선수들은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7개 대회 연속 금메달 행진을 이었으며, 남자 단체전 선수들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약관의 임시현 선수는 리커브 혼성전, 여자 단체전, 개인전을 모두 휩쓸며 3관왕에 올라 한국 양궁의 앞날을 밝게 비췄다.
양궁계에선 비인기 종목이었던 양궁에서 이 같은 성과가 나온 배경에 대해 선수아 코칭 스태프의 피땀 어린 노력과 함께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대부 역할을 꼽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대를 이은 지원은 무려 39년간이다. 국내 단일종목 스포츠협회 후원 중 최장 지원이다.
정몽구 회장은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올라 1997년까지 양궁 발전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며, 정의선 회장이 2005년 그 바통을 이어받아 양궁 선수들의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 시절부터 시작된 '과학적 지원'은 주목할 부분이다. 정몽구 회장이 양궁협회장에 오르자마자 미국 출장길에 구입한 심장박동수 측정기, 시력테스트기 등을 선수들에게 보낸 일은 유명한 일화다.
과거 인도의 한 언론은 한국 양궁의 원동력을 분석하는 기사에서 "브라질 리우 올리픽 당시, 현대자동차는 선수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침대, 요가 매트, 샤워 시설을 갖춘 맞춤형 버스를 제공했으며, 안전을 위해 방탄차까지 제공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이 30여년간 양궁에 투자한 금액은 약 4000만 달러(약 530억원)이 넘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수백억원 투입....과학적 훈련기법·선수선발 투명성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최지 맞춤형 훈련, 첨단기술 기반 훈련장비 개발, 대회 기간 선수단 컨디션 관리 등으로 과학적 훈련기법이 더욱 고도화됐다.
현대차그룹은 진천선수촌에 항저우 양궁경기장을 그대로 모사한 '가상의 항저우'를 만들어 대회 적응력을 높이는 훈련을 지원, 국제 스포츠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사대와 사로 등 경기장 색상, 전광관 디스플레이, 구조물, 경기장 현장의 소음까지 철저하게 항저우 스타일로 연습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인공지능(AI), 비전 인식, 3D프린팅 등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 기술을 활용한 훈련장비와 훈련기법도 총동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보다 조금 더운 날씨인 항저우의 기후 적응훈련뿐 아니라 심지어 소음훈련까지 해 관중들의 소음에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